[다산칼럼] 그리스를 닮아가는 발상들

입력 2015-07-14 21:06
고용·부가가치 창출 기업 흔들려도
선심성 지출은 늘리겠다는 정치권
비용 줄이고 수익성 높일 대책 절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前한국금융연구원장 >


회사 조직 내에는 수익부문과 비용부문이 존재한다. 수익부문은 부가가치를 직접 창출하면서 조직에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 비용부문은 수익부문에서 번 돈을 사용하는 부서들이다. 회사가 성장·발전하려면 수익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부문의 효율성 제고가 중요하다.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효과성의 극대화와 동시에 비용을 절감하는 효율성의 증대가 잘 이뤄질수록 조직은 발전한다.

이런 모형을 한국 경제 전체로도 확장해볼 수 있을 것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 내에도 수익부문과 비용부문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수익부문은 고용을 창출하고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면서 세금을 납부하는 기업부문이 될 것이다. 특히 국제경쟁력을 보유하면서 수출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수익부문의 꽃이다. 반면 한국 경제의 비용부문은 이렇게 걷은 돈이나 번 돈을 투입하고 사용하는 영역이 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각종 공공부문, 복지부문, 그리고 정부의 보조를 받아 연명하는 분야 등일 것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 내 수익부문의 경쟁력은 자꾸 약화되고 있는 반면 비용부문의 범위와 규모는 자꾸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는 비효과성, 후자는 비효율성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현대자동차의 1분기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122만대에서 118만대로 줄어들었다. 포스코의 2분기 영업이익은 7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0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2010년에 대우 옥포조선소가 20기를 건조한 해양 플랜트는 올해 조선업 전체 수주가 두 건뿐이다. 조선업 일자리 1만5000개가 없어질 수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다들 한국 경제의 수익부문 핵심에 해당하는 기업 및 산업들이다. 이들의 성과가 동시다발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중국의 추격에다 한·중·일의 비슷한 산업구조가 공급과잉을 초래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비용부문은 어떤가. 노령화로 인해 가만히 있어도 복지지출이 증가할 판에 자꾸만 복지프로그램을 증가시키려 들고, 정치권의 선심성 예산과 포퓰리즘적 공공부문 확장도 지속되고 있다. 공공기관을 전국에 흩어 놓는 바람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은 또 어떤가. 회의 한 번 하려면 하루가 걸린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던 이유 중 하나가 세종시와 청와대 간의 먼 거리였다는 지적도 있다.

그뿐 아니다. 최근 논의되는 ‘사회적 경제 기본법’을 보면 한국 경제 내에서 비용부문을 창출하고 확장하려는 움직임까지도 보인다. 사회적 경제는 다른 말로 하면 보조에 기대 연명하는 대표적 비용부문이다. 수익부문이 죽을 쑤고 있는데 비용부문을 신설하고 확장하겠다는 澁瓚?재앙에 가깝다.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형평이 중요하지만 시장경제가 추구하는 효율도 중요하다. 이상을 추구해야 하지만 현실도 감안해야 하며 명분도 중요하지만 실리도 고려해야 한다. 수익부문이 위축되는데 비용부문을 늘리는 방법은 하나다. 바로 빚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최근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이 명언을 남겼다. “국가가 빚을 통제하지 못하면 빚이 국가를 통제하게 된다.”

대표적 비용부문인 정치권은 수익부문의 효과성과 경쟁력 제고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명분에 치우쳐 비용부문의 규모와 범위를 늘리는 작업은 당분간 자제해야 한다. 분수효과니 소득주도 성장이니 하면서 무턱대고 임금만 올리면 경제가 활성화되는가. 제조업 경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스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져 지속적인 수지적자를 내면서 빚에 의존하다 침몰한 것 아닌가.

최근 한국 경제 내에서 밥솥에 금이 가고 도끼 자루는 썩고 있다.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비용부문 전반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전제로 이 부문의 크기와 범위를 억제 내지 통제하는 동시에 수익부문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각종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前한국금융연구원장 chyun3344@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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