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타결] '뚝심의 메르켈'…원칙 고수하며 그리스 압박

입력 2015-07-13 18:52
17시간 '끝장토론'…긴박했던 유로존 정상회의


[ 김은정 기자 ] ‘두 번째 눈물은 없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11년 11월 국제 채권단이 그리스에 2차 구제금융 지원을 결정했을 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는 눈물을 흘리면서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공정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이유에서였다.

4년이 지난 13일(현지시간)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이 제시한 강력한 긴축안을 수용키로 하자 해외 언론들은 “메르켈 총리의 뚝심이 빛을 발했다”고 평가했다.

그리스의 반발과 채권단 내 입장차를 딛고 17시간 마라톤 협상 끝에 타결을 이끌어낸 주인공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그리스 정부뿐 아니라 채권단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그리스인들은 “메르켈이 유럽의 분열을 조장한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미국 쪽에서는 “최대 채권국인 독일이 지나치게 원칙 중심의 협상을 고수해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오랜 경쟁자이며 채권단 내 주요 멤버인 프랑스도 메르켈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협상 타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잔류에 무게중심을 뒀다. “긴축안을 수용해야 구제금융을 제공한다”며 원칙 준수를 더 강조한 독일 측 주장과 다른 태도였다.

지난달 30일 그리스 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고, 이어 5일 시행한 국민투표에서 채권단의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하자 메르켈 총리는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함께 강경한 태도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12일 유로존 정상회의에 들어가면서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타결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는 가장 중요한 통화를 잃었다. 그건 바로 신뢰”라고 했다. 그리스가 긴축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한시적으로 유로존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안도 언론에 흘렸다.

AFP통신은 “이런 독일의 강경한 태도가 그리스를 압박하는 데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결국 지난달 27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이 제시한 구제금융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나선 지 16일 만에 메르켈 총리는 상황을 정리하는 데 성공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그렉시트 가능성은 사라졌지만 구제금융 지원 최종 결정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구제금융에 부정적이었던 독일 내부의 반발 분위기를 완화시키고 의회 승인을 받아내야 한다”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