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세청, 종부세 잘못 계산…수천억 더 걷었다"

입력 2015-07-12 21:16
"2009년 이후 세액산정 위법"…원심 판결 뒤집어

"이중과세…세금 돌려줘라"

재산세 중 일부 공제 안돼
기업 초과징수액 환급해야

6년간 종부세 7조원 넘어
경정청구·소송 줄이을 듯


[ 양병훈 기자 ] 국세청이 2009년 이후 거둬들인 종합부동산세 일부는 이중과세므로 납세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세금을 잘못 부과받은 측의 경정청구 등이 잇따를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KT 한국전력 신세계 국민은행 등 25개 기업이 각 관할 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부동산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발표했다. 재판부는 “국세청의 세액 산정이 적법하다고 본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송을 낸 25개 기업이 파기환송심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180억여원이다.

국세청은 2009년 종부세 부과분부터 2008년 말 개정된 종부세법과 시행규칙을 적용해 납세자에게 고지했다. 종부세 과세기준을 넘어선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현행 80%)을 곱한 금액을 기준으로 재瑗?공제액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25개 기업은 “국세청의 이런 부과 방식대로 세금을 내면 이중과세가 된다”고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가 승소했지만 2심재판부는 이중과세의 위험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판결은 3심에서 다시 뒤집혔다. 3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금액이 아닌 종부세 과세기준을 넘어선 금액 그대로를 기준으로 재산세 공제액을 계산해야 한다고 봤다. 국세청 계산법을 따르면 재산세 중 일부가 공제되지 않아 세금이 초과 징수된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2009년 말 관할 세무서에서 “보유한 주택과 토지 등에 대한 종부세 100억여원을 내라”는 처분을 받았지만 대법원 판결 취지를 반영하면 76억5000여만원만 내면 된다. 대법원은 또 롯데건설 등 9개 기업이 낸 종부세 취소소송도 같은 취지로 판결했다. 국세청이 이런 식으로 잘못 부과한 세금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종부세 납세액은 7조10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현행법에 따르면 납세자 모두가 환급받을 수는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종부세 납부방법은 직접 신고해서 내는 방식과 납세고지서에 나온 대로 내는 방식으로 나뉜다. 부과고지로 낸 경우 고지서를 받은 뒤 90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해야만 환급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신고 방식으로 냈다면 납부일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것에 대해 경정청구나 소송을 낼 수 있다.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경정청구 기간이 지났어도 경우에 따라서는 과세당국이 직권으로 환급한 사례도 있다”며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개인과 법인을 중심으로 이런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번 판결은 재산세가 과다하게 공제되는 결과를 낳고 개정법령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며 “파기환송심에서 관계부처와 협력해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공정시장가액비율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인 과세표준액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이다. 2008년까지는 과표 적용 비율을 해마다 5%씩 인상하는 방식을 썼으나 2009년부터 공정시장가액비율 제도로 바뀌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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