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영화 첫 400만명 돌파한 김학순 감독
'왜 몰랐을까' 인상적 반응 많아
주변적 이유 비판은 안타까워
수익으로 軍 관련 재단 만들 것
[ 유재혁 기자 ]
2002년 월드컵 기간에 남북한이 서해상에서 충돌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 ‘연평해전’이 올해 한국 영화 개봉작 중 처음으로 400만명을 돌파했다. 6월24일 개봉한 이 영화는 지난 11일까지 435만명을 모아 올 시즌 최고 흥행작인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387만명)을 넘어섰다. 총제작비 80억원을 투입한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300만명)도 훌쩍 넘었다. 흥행 가도에 들어선 ‘연평해전’의 제작자 겸 감독인 김학순 서강대 영상대학원 교수(사진)를 만났다.
“영화가 성공한 이유라면 한마디로 눈물로 만든 영화를 관객들도 눈물로 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남이 아니라 내 오빠와 동생 같았거든요. 그들이 죽고 다치니까 마음이 아픈 거지요. 하필 한국 축구가 월드컵 4강에 올라 기뻐하고 있을 때 비극이 일어나 미안한 마음이 더 컸을 겁니다.”
그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인상적인 반응을 많이 쏟아냈다고 상기했다. “나라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고 합니다. ‘그 전에는 왜 몰랐을까’ 하는 후회도 얘기하고요. 영화를 보고 운 적이 없다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다고 말했을 때, 성취감이 느껴지더군요. 제가 전하려던 메시지가 전달된 거니까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좌파들이 영화 자체의 문제점을 비판한 게 아니라 온갖 주변적인 이유로 끌어내리려고 했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가 흥행 경쟁에서 외화를 눌렀는데, 칭찬하는 대신 오히려 외화가 잘 되도록 독려하는 글도 있었어요. 참 화가 나더군요.”
그는 관객들이 영화를 본 이유는 순수한 감정에 이끌렸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올로기나 정치적인 태도는 그 다음 문제라는 것. 영화를 본 관객들이 정치권의 안일한 자세에 분노를 느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는 얘기다.
“6명의 희생자에 대해 순직이냐 전사냐에 논란이 일어난 게 대표적이죠. 순직은 사고로 숨진 것인데 연평해전은 사고가 아니라 전쟁이니까 당연히 전사자들이죠.”
영화는 또한 상사 진급 이틀 전에 숨진 한상국 중사를 상사로 추서해야 하며 국립묘지에 흩어져 있는 희생자들을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했다. 한 중사는 상사로 추서됐다.
“유가족들이 지난 13년간 주장해온 사항들이 이 영화로 인해 봇물 터지듯 나와 정부가 해결책을 고민하게 했습니다. 영화는 후세에 각성을 촉구하는 교육자료가 됐어요. 안보와 애국, 희생 등에 대해 국민의 경각심을 일깨웠고요. 저는 한국도 미국처럼 군인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흥행 수익금으로 이와 관련한 재단을 세우고 싶습니다.”
인하대 미대를 졸업한 김 감독 겸 교수는 미국 뉴욕주립대(NYU)에서 영화학을 공부한 뒤 1994년 서울예대 영화과 교수로 부임했다. 1999년 서강대로 옮겼다. 2004년 장편영화 ‘비디오를 보는 남자’를 연출해 춘사영화제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