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유라시아 친선특급] (4) 부상하는 유럽 중견국 폴란드의 재발견

입력 2015-07-12 20:37
러시아와 서유럽 잇는 관문
폴란드 자유화선언 때 수교
한국과 친한 유럽 신흥중심

홍지인 < 駐폴란드대사 >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반도와 중앙아시아, 유럽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한 하나의 권역으로 연결시키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실현한다는 꿈을 실은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가 폴란드 바르샤바에 중간 기착할 예정이다. 유라시아 친선특급이 바르샤바를 거쳐 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 놓인 유럽의 관문인 대평원의 나라 폴란드를 지나지 않고선 유럽으로 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아직 우리에게 옛 소련 위성국들의 연합체였던 바르샤바 조약기구, 바웬사의 자유노조 운동, 쇼팽과 퀴리 부인 및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고국 정도로 인식되는 다소 생소한 나라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폴란드는 1989년 공산주의 체제를 벗어나면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로의 체제 전환에 성공했다. 2004년 유럽연합(EU) 가입 후 10여년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해 지금은 명실공히 유럽 6대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특히 중부유럽 지역그룹인 ‘비세그라드 그룹(V4·폴란드 셍?헝가리 슬로바키아)’의 핵심이자 독일 프랑스와 함께 ‘바이마르 3국 협의체’를 구성해 EU 역내 중요사항들을 협의한다. 바야흐로 유럽의 중심축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2014~2020년 EU 기금 730억유로를 활용해 다양한 국책 인프라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폴란드는 자유화를 선언한 1989년을 자국이 재탄생한 해로 생각한다. 지난해 6월 자유화 25주년을 맞아 미국을 포함한 50여개 국가 정상들을 초청해 성대한 기념행사를 열었다. 그 1989년, 한국과 폴란드가 국교를 맺었다. 그만큼 두 나라 관계는 각별하다.

한국과 폴란드는 수교 이후 지난 25년간 정치와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우호관계 발전을 보이고 있다. 폴란드는 우리 기업의 유럽 진출 관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약 170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현지 투자총액은 14억달러가 넘는다. 교역 규모는 46억달러며 한국 측 흑자가 38억달러에 이른다. 유럽 중·동구권 중 가장 큰 무역흑자를 시현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두 나라는 2013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바탕으로 호혜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다.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가 바르샤바에 기착하면 여러 행사가 열릴 것이다. 우선 폴란드와 독일 간 과거사 화해 경험에 관한 세미나가 유대인 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가 무릎을 꿇고 사죄했던 현장이다. 바르샤바에 있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본부에서는 한반도와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망 구축을 비롯한 유라시아 철도 물류 관련 전문가 세미나도 진행된다. 폴란드의 젊은 한류 팬들이 펼치는 K팝 경연대회와 한국 공연단의 문화 공연이 바르샤바 시내 중심가에서 열린다. 폴란드 내 한류 열기는 매우 뜨거우며, 한국어와 한국학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폴란드는 자국과 많은 유사성을 공유한 한국에 친근감을 느끼며 다가오고 싶어 한다. 유럽의 가장 성공적 신흥국으로 꼽히는 나라, V4의 중심국, EU를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 우리가 참고할 많은 요소를 지닌 천부적이자 숙명적 동반자로서의 폴란드를 재발견해야 한다.

홍지인 < 駐폴란드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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