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보다 부동산 거품 더 문제
2단계 부양조치 양적완화 추진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증시 폭락, 경기 둔화, 부동산 거품, 그림자 금융.’ 중국 경제가 당면한 4대 현안이다. 특히 감독권에서 벗어난 모든 유동성을 통칭하는 그림자 금융 규모가 워낙 커 지난 6월 이후 주가 폭락이 자칫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이어져 ‘중국판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증시 폭락을 계기로 급부상하고 있는 그림자 금융발(發) 위기설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한 논리적 근거로 ‘나선형 악순환 이론’을 꼽는 학자가 많다. 경제학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이 이론이 중국 경제가 당면한 현안, 그중 그림자 금융발 위기설을 설명하는 데 다시 거론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 경로에 대한 이해를 전제해야 한다.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 경로를 보면 초기에는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의 양만 단순히 늘려 성장하는 ‘외연적 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에서 ‘루이스 전환점(농촌에서 더 이상 노동공급이 중단돼 임금이 급등하는 시기)’과 같은 한계에 부딪히면 그 이후에는 생산요소의 효율성을 중시해 성장하는 ‘내연적 단계’로 이행하는 것이 전형적인 경로다.
대부분 사회주의 국가는 이 경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부동산(혹은 증시) 거품, 물가 앙등 등과 같은 심각한 성장통을 겪는다. 중국은 이런 후유증을 걷어낼 목적으로 1차로 2004년 하반기부터 1년6개월 동안, 2차로 2010년부터 긴축정책을 추진했다. 중국 정부는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 달리 물가를 잡는 데 주력해 왔다.
하지만 긴축정책의 주수단으로 삼았던 금리 인상은 대내외 여건이 따르지 않아 실패했다. 1차 긴축기에는 의욕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때맞춰 불어닥친 증시 호황으로 국내 여신을 잡는 데 한계가 있었다. 2차 긴축기에는 미국 등 선진국이 금리를 대폭 내리자 중국과의 금리차를 노린 핫머니가 대거 유입돼 증시보다 부동산 거품이 더 심하게 발생했다.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5배,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B)은 9배다.
당초 계획보다 길어진 긴축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리 인상→핫머니 유입→통화팽창→부동산 거품·물가 상승→추가 금리 인상’의 나선형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금리 인상 폭도 커져 실물 경기마저 둔화하기 시작했다. 작년 성장률은 7.4%로 16년 만에 목표 성장률 7.5%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림자 금융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로 긴축을 단행하면 중국 경제는 곧바로 경기순환상으로 경착륙할 위험이 높다. 중국 정부는 긴축정책을 추진해 자산 거품과 인플레를 걷어 뺐?성장률(비행기)을 잠재수준(활주로)으로 안착시켜 경제주체(승객)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겠다는 게 목적이었다.
중국 경기가 경착륙한다면 나선형 악순환 과정에 경기침체라는 고리가 추가돼 경제발전 단계상 우려 차원에서 제기돼 왔던 ‘중진국 함정’에 실제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이 우려되면 핫머니가 급속히 이탈해 자산거품이 꺼지고 경기는 ‘역(逆)자산 효과’로 상당 기간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뒤늦게 그림자 금융의 심각성과 나선형 악순환 고리를 인식한 중국 정부는 이런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긴축정책의 방향을 대거 수정했다. 작년 11월부터 예금과 대출금리 인하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6월 중순 이후 뜻하지 않은 증시 폭락으로 오히려 잠복해 있던 그림자 금융발 위기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특정 위기가 ‘확산형’으로 악화할 것인가 아니면 ‘축소형’으로 안정될 것인가는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결정된다.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 총투자금액)이 얼마나 높으냐’와 ‘투자 분포도가 얼마나 넓으냐’다. 이 두 지표가 높을수록 위기가 확산형으로 악화하고 디레버리지 대상국에서는 위기 발생국보다 더 큰 ‘나비 효과’가 발생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한 것은 위기 주범이었던 미국 금융회사의 두 가지 지표가 모두 높았기 때문이었다. 아직까지 중국은 두 지표 모두 낮은 편이다. 우려대로 그림자 금융발 위기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할 소지는 적다. 그 대신 충격은 중국 국민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가 주가 폭락이 최대 아킬레스건인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고 국민의 고통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작년 11월 이후 추진한 1단계 부양 수단인 금리 인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2단계 부양조치로 중국판 양적 완화를 긴급하게 들고나온 이유다. 최후 보루인 이 정책의 성공 여부가 올 하반기 세계 증시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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