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특사로…때론 이웃사촌으로…한일관계 고비때마다 '한일의원연맹'

입력 2015-07-10 20:46
日서 韓日의원연맹 40주년 총회
양국 정상회담위해 협력키로

김종필·故박태준 前 의원
2,3차례 한국측 회장 맡아
日도 회장직 대부분 거물 정치인

일본 대지진·메르스때 상호방문


[ 서정환/박종필 기자 ]
올해 출범 40주년을 맞은 한일의원연맹의 양국 의원 합동 총회가 10일 일본 도쿄 중의원회관과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렸다. 한국 측에선 서청원 한일의원연맹 회장과 김태환 회장대행, 강창일 간사장 등 여야 국회의원 40여명이, 일본 측에선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 등 중·참의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양국 간 ‘의원 외교’를 펼쳐온 의원연맹은 고비 때마다 양국 관계 개선의 ‘윤활유’ 역할을 자처하며 얼어붙은 한·일 관계에 훈풍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통신사 세계유산 등재 추진”

한일의원연맹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의원들의 친목과 교류 증진 등을 위해 1975년 5월23일 출범했다. 1968년 한일의원간담회를 시작으로 1972년에는 한일의원간친회가 발족했고, 1975년 양측이 각각 의원연맹이라는 상설기구를 설립하기로 했다. 꼭 40년 전인 1975년 7월10일엔 88명의 한국 의원과 67명의 일본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에서 설립 합동총회가 열렸다.

서 회장은 이날 총회에서 “양국 수교 5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총회가 한·일관계 복원과 새로운 차원의 협력을 도모해나가기 위한 아주 중요한 모멘텀”이라고 강조했다. 누카가 회장은 일본 산업혁명 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빚어진 외교당국 간 마찰을 의식한 듯 “다음에는 양국이 공동으로 조선통신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합동 총회 후 한·일 양측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양국 간 현안과 과제를 해결하고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가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총회를 마친 뒤 서 회장 등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예방했다.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들고 방문한 지 6개월 만이다.

아베 총리는 “양국의 우호, 협력, 발전의 역사를 돌아보며 미래 지향적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며 “과거 정권의 담화 내용을 전후 70년 담화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서 회장은 전했다.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일본 총리 출신

한일의원연맹 회장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여당 중진 의원이 내정되는 것이 관례였다. 초대 회장은 김종필 공화당 의장(회장 취임시 직책)이 맡았으며, 박태준 입법회의 경제위원장(1980년), 문희상 열린우리당 상임고문(2004년), 이상득 국회부의장(2008년) 등도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냈다. 박태준 전 국무총리는 모두 세 차례 회장을 맡弩만?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자민련 명예총재 때 한 차례 더 회장을 맡았다. 권철현 전 주일대사와 유흥수 주일대사도 한일의원연맹 소속 의원 출신이다.

일본 측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총리를 거쳤던 후쿠다 다케오, 다케시타 노보루, 모리 요시로 등 거물 정치인이 주로 맡았다. 그만큼 일본도 한·일 관계를 중요시 여겼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모리 전 총리는 한·일 관계가 꼬일 때마다 총리특사로 한국을 찾았다. 한·일 관계에서 ‘잃어버린 5년’으로 기억되는 노무현 정부 말기엔 후쿠다 야스오 총리의 특사로 방한해 당선인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모리 전 총리는 한·일 수교 50주년 리셉션에 양국 정상이 교차 참석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어려울 땐 힘이 되는 이웃사촌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1년 3월 일본 동일본지진 때는 한국 의원들이 고통받는 일본 국민을 위해 성금을 기탁했다. 일본 의원들은 지난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에도 불구하고 방한해 9년 만에 ‘한·일 국회의원 친선 축구대회’를 열고 화목을 도모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박종필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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