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LG생활건강
인터뷰 / 배정태 부사장 (뷰티사업부장)
화장품 실적 사상최대 행진
3월 美 진출한 '빌리프'도 호평…해외매출 비중 40%로 높일 것
차세대 동력 '코스메슈티컬'
피부과 의사들이 제품 만들어…아토피 등 민감 피부 '맞춤 공략'
[ 임현우/백광엽 기자 ]
“화장품 매출 중 해외비중이 20% 선까지 높아졌는데, 몇 년 내로 40%까지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중국시장 특히 ‘후’를 필두로 프레스티지(고급) 브랜드에 주력하는 게 핵심 전략입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사업을 총괄하는 배정태 부사장(56·사진)은 한국경제신문 BizInsight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매스티지(중저가) 화장품시장에서 현지 회사의 기술 수준이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며 “압도적인 기술우위에 있는 프레스티지 제품으로 고급 백화점을 최우선으로 공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적 점프를 이끌어 온 면세점 부문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위축된 데 대해 “중국 관광객이 줄어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회사 전체 실적 ?타격을 줄 수준은 아니다”며 “면세점의 고성장에 도취되지 않고 국내외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배 부사장은 1983년 LG생활건강에 입사해 생활용품, 화장품, 음료 등 3대 사업부문을 두루 거친 ‘LG생건맨’이다. 그는 “1980년대만 해도 백화점 화장품 매장의 90% 이상을 랑콤 에스티로더 같은 외국 브랜드가 독식했다”며 “글로벌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이 주목받는 요즘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화장품사업이 실적 발표 때마다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방 화장품 브랜드 ‘후’가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국내 면세점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회사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고가 브랜드로 분류되는 ‘오휘’ ‘숨’ ‘빌리프’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제품을 고급화하고 해외사업을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화장품 업계의 화두는 중국인데요. LG생활건강의 중국사업 현황은 어떻습니까.
“후가 100여개, 수려한이 260여개 백화점에 입점했고 더페이스샵도 32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는 티몰글로벌과 JD글로벌에 입점해 후 오휘 숨 빌리프 수려한 비욘드 이자녹스 청윤진 등 훨씬 다양한 브랜드를 판매 중입니다.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왜 이렇게 한국 화장품을 좋아할까요.
“역시 품질 경쟁력이죠. 글로벌 기준 릿?엄격한 유해성분 관리기준에 따라 안전한 원료만 쓰고 있습니다. 랑콤 에스티로더 등도 중국사업을 크게 벌이고 있지만 서양인, 특히 게르만족에 맞춰 개발한 제품이라는 게 한계입니다. 동양인에게 잘 맞는 화장품은 아시아 회사가 만든 화장품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됐다고 봅니다.”
▷중국인 대상 매출이 ‘후’에 너무 집중돼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후는 중국에서 108개 백화점에 입점했는데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현지에 안착했다고 하려면 200개 정도까지는 확장해야 합니다. 다만 무조건 매장 수만 늘릴 생각은 없고 최상위 고급 백화점만 공략할 겁니다. 후를 이을 후발주자로는 ‘숨’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천연발효 화장품을 표방한 브랜드인데, 중국 위챗이 ‘한국 방문 시 꼭 사야 하는 화장품’으로 선정해 국내 면세점에서 벌써 인기가 좋습니다. 당분간 후에 집중하면서 그에 못잖은 프레스티지 브랜드들의 입지를 넓히는 데 공을 들일 겁니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진출 현황은 어떻습니까.
“해외법인이 있는 중국 일본 미국 대만 베트남 등은 물론 영국 캐나다 호주 러시아 중동 등 20여개국에서 제품을 판매 중입니다. ‘빌리프’는 올 3월 미국 화장품 전문매장인 세포라에 입점해 두 달 만에 세포라 온라인몰의 모이스처라이저 부문 판매 2위에 오를 정도로 초반 반응이 좋습니다. 우리 회사 화장품이 아시아를 넘어 서구권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를 보여줬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중국보다 훨씬 까다롭지 않나요.
“맞습니다. 미국과 유럽은 ‘화장품 선진국’인 만큼 한국업체가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시장입니다. 다만 언젠가 다가올 큰 기회에 대비해 중장기적으로 차근차근 공부하는 단계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국가별 상황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가자는 전략입니다.”
▷경쟁상대인 아모레퍼시픽과 비교해 LG생활건강 화장품의 강점은 뭘까요.
“아모레퍼시픽은 우리의 경쟁자이지만 70년 업력을 보유한 좋은 회사입니다. 좋은 디자인과 마케팅으로 화장품사업의 본질인 ‘감성’을 잘 꿰뚫고 있고, 1위 업체의 프리미엄도 굳건하죠. 하지만 뛰어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연구개발(R&D) 역량은 LG생활건강이 우위에 있다고 자부합니다. 2005년 차석용 부회장께서 부임한 후 강조한 얘기도 ‘품질에 비해 촌스러운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디자인과 마케팅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노력을 해 격차를 바짝 좁혔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두 회사는 K뷰티 열풍을 세계에 심는 ‘쌍두마차’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사이가 아닐까요. 해외 진출이 커질 수록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K뷰티 열풍에 편승해 화장품에 신규 진출하는 기업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화장품사업이 진입장벽은 높지 않지만 제대로 잘하기는 어려운 업종입니다. 시장에 쏟아진 중소 브랜드들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통해 한두 개 전략상품을 만들어 대대적인 광고로 ‘반짝’ 히트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상품의 라이 좀瑛謙?생명주기)도 점차 짧아지고 있죠. 이런 식으로 단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후발주자들이 영속성을 가질 수 있을지 솔직히 회의적입니다. 오랜 기간 고객과 신뢰를 쌓아온 업체들의 벽을 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기대해 볼 만한 분야가 있습니까.
“피부과 전문의들이 만든 화장품을 뜻하는 코스메슈티컬시장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차앤박화장품’으로 유명한 CNP코스메틱스를 인수했습니다. 선진국은 화장품시장 중 코스메슈티컬의 비중이 10%를 넘지만 한국은 5% 미만입니다. ‘비쉬’ ‘아벤느’ 같은 몇몇 해외 브랜드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브랜드가 없습니다. 아토피나 민감성 피부를 가진 한국인이 많아 성장전망이 밝죠.”
▷화장품이 워낙 잘나가다 보니 생활용품이나 음료부문은 상대적으로 조용해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굉장히 잘하고 있습니다. 포화상태에 이른 생활용품시장에서 LG생활건강은 매년 5~8% 성장하고 있습니다. 모든 제품군에서 선두이고, 수익성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음료는 지난해 세월호 사고에 올해 메르스 사태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입니다. 업종 특성상 소비자들의 외출이 줄면 타격이 크거든요. 다만 주력 브랜드인 탄산음료 외에 커피 생수 등 비탄산음료와 건강음료 기능성음료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더 탄탄해질 겁니다.”
임현우/백광엽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