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의총 4시간 격론 끝에 '사퇴 권고' 추인
非朴 일부, 사퇴 반대·표결 주장했지만
劉 지지 의원들도 사퇴 불가피론에 동조
김무성 의총 결과 설명에 유승민 "수용"
[ 박종필 기자 ]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사퇴했다. 지난 2월2일 원내대표로 선출된 지 약 5개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고 언급한 지 13일 만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논란에서 촉발된 당·청 갈등의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권고하기로 했다. 의총에 참석하지 않았던 유 원내대표는 이 같은 결과를 김무성 대표에게서 통보받고 수용했다.
‘끝장토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던 이날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표결 절차 없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네 시간여 만에 끝났다.
유 원내대표 거취를 표결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했다. 이날 의총엔 소속 의원 160명 중 120여명이 참석했으며 33명이 발언했다.
먼저 김무성 대표가 입을 열었다. 김 대표는 “당내 갈등과 혼란이 지속돼선 안 된다”며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 원내대표는 지난 2월 취임 후 많은 일을 했고 과실보다 공로가 훨씬 많다”고 평가한 뒤 “하지만 나보다는 당을, 당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차원에서 유 원내대표에게 희생하는 결단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그간 유 원내대표 사퇴에 반대해온 박민식 의원이 나섰다. 박 의원은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고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당이 아니라 군대”라며 “의총에서 동료 의원을 물러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비박근혜계 정두언 의원은 당·청 간의 수평적 관계를 강조하면서 “대통령이 잘못 가면 잘못 간다고 해야 한다. 청와대가 여당 선출 원내대표를 나가라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이내 ‘사퇴 불가피론’으로 흘렀다. 하태경 의원은 “사퇴가 바람직한지를 떠나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현 체제는 존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나도 과거 원내총무 시절 노동법 파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며 “정치인이 책임지는 것은 불명예가 아니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강석훈 의원은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핵심 정책을 모두 부정했다. 유 원내대표의 취임 초기부터 파국이 잉태됐다”며 정상적인 당·정 관계 회복을 위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발언자의) 80% 정도는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의총 직후 의원회관에 있는 유 원내대표 집무실로 찾아가 의총 결과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유를 막론하고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게 대세라는 뜻을 유 원내대표에게 전했고 유 원내대표도 수용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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