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가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나라 안에서는 사법시험을 존치해야 한다며 퇴행적 주장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밖으로는 법률시장 개방 문제로 외국 통상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법조계가 법률시장 선진화를 위해 앞으로 나가기는커녕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FTA 이행 일정에 따라 법무부가 추진하는 법률시장 개방안만 해도 그렇다. 본지가 취재한 결과(한경 7월8일자 A27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번 개방안에 문제가 있다는 우려 의견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과 외국 로펌 간 합작법무법인(조인트 벤처)의 설립과 관련해 FTA 취지에 맞지 않은 과도한 규제가 담겼다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국내 법률시장은 EU, 미국과의 FTA 이행 일정에 따라 내년부터 EU 국가에, 2017년부터 미국에 최종(3차) 개방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법무부가 사전 작업으로 지난 3월 입법예고한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이다. 한국 로펌과 외국 로펌이 합작법인을 설립할 때 외국 로펌의 지분율을 49%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누가 봐도 외국 로펌에 경영권을 주지 않고 국내 법률시장을 보호하겠다는 의도임이 뻔하다. 이에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등은 과도한 규제라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고, 급기야 USTR까지 나선 것이다. 산업부와 국무총리실조차 통상마찰 등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법무부가 꼼수를 부리다 통상마찰의 빌미만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이번 일이 우연히 일어났다고 보지 않는다. 나라 안에서도 2017년 폐지될 사법시험을 그대로 두자는 ‘사시 존치론’을 들고나오는 법조계다. 그 배경이 무엇이겠나. 평생 특권신분증으로 통하는 사시 합격증이 누구나 요건만 갖추면 딸 수 있는 로스쿨 자격증으로 바뀌는 것도, 로스쿨로 다양한 전공의 법조인 공급이 늘어나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다 싫다는 얘기다. 법조계의 이런 배타적 독점이 밖으로는 법률시장 개방 마찰을 낳고 있는 것이다. 안에서 새는 쪽박이 밖에서도 샌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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