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국 증시는 급락을 경험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고점(5166.35포인트) 대비 21.5% 하락했다. 월간 단위 조정 폭으로 2008년 10월(24.6% 조정) 이후 약 7년 만의 최대다. 이런 투매(panic selling) 현상은 중국 정부의 레버리지 신탁 상품에 대한 감독 강화로 촉발됐다. 근본적인 요인은 약 1년간 지속된 단기 주가 상승에 따른 피로 축적과 밸류에이션(실제 가치 대비 주가)에 대한 부담이라는 판단이다. 중국 본토 증시의 금융 장세가 마무리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의 금융 장세 마무리 국면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27일 예금 및 대출금리, 농촌·영세기업 대출에 대한 지급준비율 인하를 전격 발표했다. 기준금리와 지준율을 동시 인하하는 조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12월 이후 두 번째에 해당하는 이례적인 조치다. ‘인민은행 풋’으로 불리는 이번 조치는 금융시장 안정화와 경기 모멘텀 강화를 목표로 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식시장의 공포 심리를 돌려세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달 중국 증시 조정 국면에서 중국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 滑村쳄?거품과 같은 과도한 자금 쏠림 현상을 제어하면서 중국 증시가 재평가될 수 있는 구조는 훼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상하이지수 4000포인트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지난 1일 거래세 인하를 전격 단행한 것이 대표적인 증시 부양 정책으로 꼽힌다.
향후 3개월 동안 상하이지수의 적절한 수준은 3800~4500포인트 정도로 예상된다. 금융 장세 마무리 국면에서 4500포인트 이상의 지수는 과열 구간으로 판단해 리스크 관리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실적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역사적인 상하이종합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보다 15% 이상 높은 수준은 부담스럽다는 판단이다.
상하이지수 6500선까지 재평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중국 증시는 상하이지수 기준 6500포인트까지 높아지면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중국 증시는 정책과 유동성을 기반으로 한 금융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이어지면서 두 번째 재평가 국면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자본시장 육성정책과 구조개혁,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상장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 가계와 기관자금의 주식시장 이동 등 주식시장 재평가를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로 거론된다.
중국 증시의 재평가 변수는 첫째 정부 정책, 둘째 펀더멘털, 셋째 유동성이다. 주식시장의 순환 사이클을 금융 장세와 실적 장세로 구분할 수 있다. 중국 증시의 유동성 랠리는 3분기 이후 둔화할 것이다. 선강퉁 실시와 금리 인하 마무리, 일부 실물지표 개선 ?가시화되면서 부양정책 모멘텀이 고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하반기 중국 증시는 증시 재평가의 두 번째 단계인 실적 장세로 이동하는 과도기 국면에 진입할 것이다.
중국 실물지표 개선은 본토증시가 또 한 번의 재평가를 보여주기 위한 필요 조건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정부가 재정, 통화, 부동산 부문에서 적극적인 부양정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3분기부터 지표 개선이 동반될 것으로 기대한다. 가장 주목해야 하는 지표는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다.
중국 주식시장의 재평가는 정부 정책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진핑 정부의 정책은 경기부양과 자본시장 육성, 구조개혁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시장 재평가를 지원하고 있다. 올 하반기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강도는 다소 둔화할 수 있지만 자본시장 육성과 구조개혁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주식시장 개방과 기업공개(IPO) 활성화를 통해 자본시장 육성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본시장 육성에 주력하는 이유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성장이 시진핑 정부의 구조개혁 과정에서 부실자산 처분을 위한 완충장치 제공(자본 충당), 전통산업의 자금조달 비용 감소, 중소기업과 신흥기업의 자금 조달 방안 다변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하반기 선강퉁과 IPO 등록제 등을 통해 자본시장 개방과 시장화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가계·기관 자금, 증시로 대이동
중·장기적인 관점 【?중국 주식시장의 펀더멘털이 변화할 것이다. 중국의 산업은 시진핑 지도부가 주도하는 신창타이(新常態) 경제 전환 프로그램에 따라 질적 변화의 시점으로 진입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경제개혁 목표는 새로운 성장성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서의 의미로 따지면 자기자본이익률(ROE) 회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장기 중국 주식시장의 지수 상승 폭은 상장기업 펀더멘털(특히 실적) 개선 수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중국 증시의 중·장기 재평가 과정에서 정부의 산업 재편 핵심 의제인 전통산업 개혁과 신흥산업 혁신이 중요한 이유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정부의 국유기업 개혁, 중·장기적으로는 신성장 산업 육성정책이 중국 상장기업 ROE 개선의 촉매가 될 것이다.
중국 증시의 수익성 회복의 또 다른 축은 중국 신경제의 약진이다. 중국 정부의 신성장 산업 육성정책과 IPO 활성화는 신경제 산업의 상하이증시 내 비중을 제고하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국 증시의 상승은 풍부한 유동성을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중국의 가계 및 기관투자자산의 본격적인 주식시장으로의 대순환이 가시화할 조짐을 보여줬다. 향후 2~3년간 중국 주식시장에서 본격적인 자금 이동이 이뤄질 것이다. 이는 정부 정책과 더불어 중국 증시 밸류에이션이 급팽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전종규 <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juhn21@sams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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