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멈추고 갇히고…낡고 고장나도 교체는 '뒷짐'
10대중 2대가 '15년 이상'
내구연한 지나 교체 시급한데 대부분 비용부담 이유로 방치
안전관리법도 '안전불감증'
"대형사고 아니면 조사 안해"…안전처에 신고해도 법 타령만
[ 마지혜 기자 ]
서울 수서동의 주부 김모씨는 최근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찔한 일을 겪었다. 생후 11개월 된 딸을 유모차에 눕힌 채 승강기를 빠져나가려는 순간 김씨와 유모차 사이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것이다. 5분여간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김씨는 바깥에 홀로 있는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마음을 졸여야 했다. 해당 엘리베이터는 아파트가 1993년 지어진 뒤 한 번도 교체되지 않은 것으로 이전에도 한 주에 몇 번씩 멈췄다.
김씨가 관리사무소에 이 문제를 신고하자 “거주 가구당 100만원 이상 비용을 분담해야 해 교체를 못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국민안전처 산하 승강기안전관리원(승안원)에도 사고 조사를 의뢰했지만 “법령상 사람이 죽거나 다친 사고가 아니면 따로 조사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고에 취약한 노후 엘리베이터가 방치되고 있다. 승강기 내구연한은 설치 후 15년이지만 전국 49만대의 엘리베이터 중 15만대(31%)가 내구연한을 넘겨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다.
아파트 주민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노후 엘리베이터 교체를 미룬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거주자 중 세입자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도 주요한 이유다. 집을 임대해준 집주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살지도 않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에 돈을 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세입자들 역시 ‘계약기간만 채우고 나가면 된다’는 생각에 입주자대표회의 등에서 관련 요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법규는 아무리 고장이 빈발하는 엘리베이터라도 ‘대형 사고’가 터지지 않을 경우에 대한 특별한 관리규정이 없다.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동대표는 중대한 사고나 중대한 고장이 발생했을 때만 승안원에 통보하면 된다. 중대한 사고는 사람이 죽거나 3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을 경우며 중대한 고장은 문이 열린 상태로 운행되는 것 등이 해당한다.
엘리베이터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안원은 이 중에서도 중대한 사고에 대해서만 현장 조사를 한다. 원인을 조사한 뒤 국민안전처 장관에게 보고해야 하는 중대한 사고와 달리 중대한 고장에 대해서는 그런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승안원 관계자는 “언론 보도로 화제가 되거나 10명 이상의 집단 민원이 들어오면 법규와 관계없이 현장 조사를 나간다”며 “중대한 고장에 대해서도 현장 조사를 실시하도록 법 개정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복 국민안전처 승강기안전과장은 “승강기 안전과 관련된 제도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고나 고장이 발생해도 승안원에 알리지 않는 게 관행화되다시피 해 이에 대한 벌칙 조항 신설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치 후 15년이 지난 승강기는 3년마다 정밀안전검사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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