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재테크] 기업 사옥의 지기(地氣)

입력 2015-07-06 07:01
신선으로부터 금척(金尺·금으로 만든 자)을 받았다는 이성계의 꿈 이야기는 신라를 건국한 박혁거세 신화의 모사품이다. 금척은 ‘왕위의 신표’이니 왕좌에 오른다는 운명을 암시한다. 그리스의 ‘신탁’, 중국의 ‘잡점’은 꿈을 통해 운명(運命)을 알고자 하는 강력한 바람이다. 이런 것을 일러 ‘상(相)’이라 하고, 하늘이 내보이는 뜻을 ‘명(命)’이라 부른다.

어느 날 공자는 사당의 두 서까래 사이에 앉아 있는 꿈을 꾼다. 은나라에서는 장례를 치르는 동안 서까래 사이에 시체를 안치했으므로 은나라의 후손인 공자가 곧 죽을 것임을 의미했다. 공자는 이레 후 죽었고 논어에는 ‘명(命)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다’는 글로 대신한다. 꿈의 징조와 기미가 상(相)이라면 금척과 서까래는 형(形)이다.

상술(相術)은 물질에 인간 의식이 접목되면 형상대로 운명의 길을 걷는다는 빅데이터로 볼 수 있다. 금척이 영화로움으로, 서까래가 날선 칼로 작용했듯 말이다. 형상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미래학은 기업 부동산과 관련이 깊다.

강남 테헤란로는 10袖?주기로 그 업태가 바뀐다. 나라 경제 형편을 테헤란로 오피스 공실률로 가름할 수 있다는 소리마저 생겨날 정도다. 그러나 비슷한 입지의 인텔리전트 빌딩들도 공실률 성적은 천차만별이다.

총 4㎞의 테헤란로를 기준으로 남쪽 지기(地氣)가 들어가는 빌딩은 세 곳이다. 지기가 머물다 빠져나가는 L빌딩은 초기에는 번성하지만 뒤로 갈수록 기세가 약하다. 지기가 뭉친 양택 자리로 최고 자리인 P빌딩은 공실률 0%를 자랑한다. 휘문고를 지나는 K빌딩 역시 돈 버는 빌딩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땅의 기운을 느끼는 일은 상(相)이다. 그러므로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적이다. 이럴 때는 땅의 형(形)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빌딩의 대지가 고운 방정함을 지녔는지 살피고 대지가 복잡할수록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교차로 코너자리 삼각형 모양의 대지와 빌딩은 주의해야 한다.

땅의 형(形)을 살핀 후엔 빌딩의 모양을 살피자. 각자의 업종에 따라 궁합이 맞는 빌딩이 각기 다른 까닭이다. 관공서는 토(土)형의 낮은 건물이 좋고, 정보기술(IT) 업종은 목(木)형의 직사각형이 좋다. 외식업체 사옥은 둥그런 금(金)형이 좋고, 엔터테인먼트 업체는 물결치는 수(水)형의 사옥이 좋다. 종교시설은 뾰족한 화(火)형의 형상이 신도를 모은다.

겉모습을 보고 합리적으로 예측하는 것이 풍수학의 이치다. 근본을 보는 눈은 기업의 흥망을 예견하는 통계 도구이자 운명의 도구다. 노력에 운(運)을 더하는 지혜는 리더가 갖춰야 할 기본 소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해연 < KNL 디자인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