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글로벌 '쩐(錢)의 전쟁'에 희생양 된 중국 증시

입력 2015-07-05 21:30
헤지펀드 주도 적대적 M&A 급증
중국 등 신흥국 '긴축 발작'에 영향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금융위기 이후 잠잠했던 글로벌 머니 게임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전통적인 투자대상뿐만 아니라 예술품, 골동품, 물, 고철, 심지어 시체에 이르기까지 돈만 되면 어디든 투자한다. 국제금융질서가 ‘혁명적’이라 불릴 만큼 급변하는 가운데 위기를 우려하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머니 게임의 첨병은 헤지펀드를 비롯한 글로벌 펀드들이다. 헤지펀드 전문 자문업체인 헤네시그룹에 따르면 현재 활동하는 헤지펀드 수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운용자산 규모는 오히려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펀드와 달리 대형화하는 추세다.

사모펀드, 국부펀드 가릴 것 없이 글로벌 머니 게임이 재현되는 것은 양적 완화 등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완전하진 않지만 금융시스템이 복원됐기 때문이다. 글로벌화와 시장경제가 진전하면서 중국과 같은 옛 사회주의 국가들의 ‘부(stock)’가 빠르게 ‘유동화(flow)’되는 것도 유동성이 풍부해지는 요인이다.

실증적으로 각 시장 간에는 보완보다 상충관계를 보여왔다. 특히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으로 가장 많이 선호하는 주식과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높아지면서 보유 비중이 늘어나는 채권 간에는 ‘역(逆)’ 관계가 뚜렷했다. 올해 초 국내 증권사들은 투자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대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자본과 실물경제 규모가 비슷할 때는 증시 등 특정 시장이 부각되면 다른 시장(채권)에서는 자금이 이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때는 주가, 금리, 부동산값 등과 같은 금융변수가 실물경제를 반영하기 때문에 경제기초여건을 토대로 한 예측이 비교적 잘 맞는다. 예측기관, 이코노미스트, 애널리스트도 전성시대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각종 모델에 의한 예측과 통계기법상 ‘최근 효과’에 의존하는 차트 분석 등이 맞지 않는 것은 그만큼 유동성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자본의 크기는 실물경제의 세 배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변수는 실물경제 여건만 반영하진 않는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글로벌 머니 게임을 주도하고 있는 헤지펀드를 비롯한 글로벌 펀드의 움직임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면서 투자자와의 관계, 기업 경영, 심지어 각국 제도에 대한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여러 변화 중 투자대상과의 관계가 수동적에서 능동적 지위로 바뀌고 있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종전에는 투자해놓고 수익을 기다렸으나 최근에는 이익이 기대되는 투자대상을 적극 매입하거나 지분 확보를 통해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의 ‘주주 행동주의’로 수익을 내려는 성향이 강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980년대 기업사냥꾼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커크 커코리언, 넬슨 펠츠에 이어 칼 아이칸, 폴 싱어, 사커 누세베 등이 ‘지배구조 개선의 승리자’로 탈바꿈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떨어지고 있는 투자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벌처펀드 성격이 강해지고 인수합병(M&A)이 선호되는 점도 주목된다. 죽어가는 기업도 인수한 뒤 지배구조 등을 개선하면 얼마든지 투자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M&A는 금액 기준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 실적을 거뒀다.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권 취득 여부에 따라 구분되는 ‘우호적 M&A’와 ‘적대적 M&A’ 간 경계선이 무너진 지 오래됐다. 올 들어 성사된 M&A는 경영권 탈취를 목적으로 지분을 늘려나가는 적대적 성격을 띤 거래가 대부분이다. 벌처펀드와 적대적 M&A가 늘면서 주가조작 등과 같은 도덕적 해이가 급등하는 추세다.

엘리엇매니지먼트, 헤르메스 등 헤지펀드가 글로벌 게임에 나서는 데 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캐리 트레이드’는 자금 성격상 반드시 레버리지 투자(차입금이나 파생금융상품 등을 동원해 총투자액 확대)와 결부된다. 어떤 국가에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유입될 때마다 레버리지 투자로 자금이 증폭돼 주식과 부동산시장에 자산거품이 심하게 발생한다.

반대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이탈할 경우 디레버리지(기존 투자대상을 매각해 회수)현상까지 겹쳐 신용경색이 일어나고 투자대상국뿐만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중국 증시를 비롯한 신흥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2차 긴축발작’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만에 ‘초저금리’에서 ‘인상’ 국면으로 커다란 줄기가 바뀌는 상황에서 그동안 잠복했던 각종 위험요인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글로벌 리스크가 발생한다면 사전 대비가 가장 어려운 경제주체가 개인이다. 이제 개인은 투자에 따른 위험을 스스로 관리하는 책임자(PRO)가 돼야 자신의 재산을 보호할 수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