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줄세우기 방식 없애 악성민원 등 부작용 막기로
평가항목 10개로 세분화…양호·보통·미흡 3단계 평가
비공개 여부는 여전히 논란
[ 박동휘 기자 ] 과도한 금융회사 줄 세우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금융감독원의 민원발생평가제도가 15년 만에 폐지되고,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제도가 새로 도입된다. 은행 보험 증권 등 업권별로 1~5등급의 종합점수를 매기는 방식 대신 10개 세부항목을 ‘양호’ ‘보통’ ‘미흡’ 등 3단계로 평가해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각 금융사에 대해 민원건수 항목은 ‘양호’하지만, 민원 처리기간 항목은 ‘미흡’하다는 식으로 평가 결과가 나와 소비자는 해당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실태를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다.
○소비자 알 권리 강화
금감원은 전년 실적을 토대로 이듬해 4월 결과를 발표하는 민원발생평가제도를 올해 종료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5일 발표했다.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 금융투자 여신전문 저축은행 등 6개 업권별 협의를 거쳐 연말까지 세부 도입방안을 확정해 내년 4월 첫 평가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漬?대상 금융회사는 81개였다.
새로 도입하는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제는 종합평가를 없앴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와 차이가 난다. 금감원은 그동안 상대평가 방식으로 종합점수를 내 1등부터 꼴등까지 등급을 매겼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해당 금융회사의 장·단점을 세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종합등급으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금감원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평가항목을 민원건수, 처리기간, 소송건수, 영업지속가능성, 금융사고, 소비자정보공시 등 10개로 구분한 뒤 항목별로 양호, 보통, 미흡 등 3단계로 평가하기로 했다. 절대평가 방식을 적용해 줄을 세워 망신을 주기보다는 실질적인 개선을 유도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조성래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장은 “민원건수 위주로 평가하던 기존 방식은 제도 취지와 달리 악성 민원을 유발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은 게 사실”이라며 “금융회사의 실질적인 소비자보호 수준을 다양한 항목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절충안 택한 금감원
“금감원이 금융회사들을 줄 세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도 개선의 주요 배경이다. 2013년 금감원은 가장 낮은 평가등급을 받은 금융회사 지점에 ‘5등급(불량)’ 표시를 붙여 해당 금융회사로부터 “영업을 못 하게 하는 것과 다름없는 과도한 조치”라는 반발을 산 적이 있다. 당시 논란이 되면서 ‘빨간딱지’ 사건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을 겪으면서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소비자보호조직을 신설하거나 정비하는 등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블랙컨슈머’들은 금융회사가 민원평가에 민감하다는 점을 악용하기 시작했다. 악성 민원의 주요 표적은 보험사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도에선 민원이 들어오는 것만으로 등급에 영향을 미친다”며 “악성 민원이라고 판단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좋은 등급을 받는 데 유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내부에선 새로 도입하는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를 공개할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선 소비자보호 실태를 평가하되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금융소비자가 거래 회사를 선택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가급적 결과를 상세히 공개하기로 했다”면서도 “장기적으론 민원평가는 민간의 영역으로 넘기고, 금감원은 감독 목적으로 비공개로 평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 민원건수는 2013년 1만1993건에서 지난해 1만1589건으로, 금융투자(증권)는 4198건에서 3760건으로 줄었다. 보험사 민원만 3만9345건에서 4만4054건으로 12% 증가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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