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유럽의 소위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이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EU의 골칫덩이라는 오명을 듣던 나라들이다. 하지만 5년이 흐른 지금, 다섯 나라의 처지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한경 7월4일자 A5면 참조). 무엇이 이들의 운명을 갈랐는지는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이자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먼저 아일랜드는 지난해 유로존 최고인 4.8% 성장으로 엄청난 반전을 이뤄냈다. 1년 새 국가 신용등급이 세 차례나 올랐을 정도다. 2010년 구제금융 이후 공무원 임금 삭감 등 긴축, 세금 감면, 규제개혁 등이 낳은 성과다. 2008년 이후 재정지출을 280억유로나 줄였고 유럽 최저인 법인세로 구글 등 다국적기업 투자도 대거 유치했다. 스페인도 경직됐던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면서 구조개혁 모범사례란 평을 듣는다. 경제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95%까지 회복됐고 올해 3.1% 성장을 예상한다. 블룸버그는 “구조조정의 고통을 고루 나눠 성장률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스페인을 ‘돌아온 별’이라고 치켜세울 정도다.
하지만 반대로 간 나라들도 있다. 이탈리아는 구제금융을 받지 않은 대신 구조개혁도 미진해 경기침체로 고전하고 있다. IMF가 추정한 올해 성장률은 0.5%에 불과하다. 정부 부채비율(132.1%)이 그리스 다음으로 높아 ‘제2의 그리스’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포르투갈은 2011년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연금 삭감 등 긴축정책으로 경제지표는 다소 호전됐지만 정치가 변수로 떠올랐다. 오는 9월 총선에서 긴축 반대와 임금인상을 내건 좌파 정당이 우세하다고 한다. 재정긴축을 철회할 경우 그리스 전철을 밟을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결국 나라의 운명은 곧 정부와 국민의 구조개혁 의지가 가른다. 땀과 눈물의 고통 없이는 위기 극복도 불가능하다. 고통분담 대신 내몫 챙기기와 기득권 고수에 더 골몰한 한국은 어떤 길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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