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법정시한을 넘겼지만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사용자위원 퇴장을 부른 근로자 측의 월급제 병기 주장은 어제 사용자 측이 복귀하면서 가닥을 잡았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 문제는 시급 5580원 동결을 주장하는 사용자 측과 시급 1만원(79.2% 인상)을 요구하는 근로자 측의 거리가 너무 멀어 가닥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최근 들어 최저임금위가 합리적인 협상을 할 수 없는 구조로 변질됐다는 데 있다. 사용자 근로자 공익대표 각 9명씩 모두 27명에 달하는 위원이 앉아있는 데다 이해관계자 집단의 배석자들까지 50명 가까운 참석자가 들어차 있는 곳은 협상장이 아니라 정치판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중앙 협상 경험이 없는 신생 단체 대표들이 최근 근로자위원으로 새로 참여하면서 위원회가 난장판으로 바뀌는 장면이 연출된 적도 적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근로자 측은 최저임금위 운영규칙을 깨고 회의록을 공개하며 개별위원을 공격하는 반칙을 계속하고 있다. 또 이들과 연결된 외곽조직들은 공익위원이 속한 대학에 실명을 적은 플래카드를 내걸고 공개 압박하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은 위원들 가운데 일부는 회의 때 국민의례조차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이런 위원회를 만들었다는 말인가.
오는 7일까지 내년 인상률을 정하겠다는 것이 위원회 입장이지만 과연 이런 구조에서 정상적인 협상안이 나오겠는가. 나라 경제에 메가톤급 충격을 줄 시급 1만원이 사용자 측 반대에도 불구하고 표결로 처리된다면 이건 그야말로 나라 경제의 자살 행위다. 이런 정치판 최저임금위원회를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 고용부는 쉬쉬하며 덮을 것이 아니라 이 문제에 분명한 해결방안부터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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