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순의 넷 세상) 저는 6월 25일 열린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약인가 독인가?’ 긴급 토론회 패널로 참석해달라는 주최 측의 요청을 사양했습니다. 또 같은 달 30일 KBS시사진단 '네이버-다음 ‘책임 회피’…사이비 인터넷 언론 폐해'를 주제로 한 인터뷰도 사양했습니다. 불러주는 데가 있으면 나가는 게 도리겠지만 이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온라인 뉴스 시장의 위기 더 근본적으로는 저널리즘의 위기를 '포털 책임'으로 전제하는 한 해법을 만들 수 없습니다. 뉴스산업의 본질인 '신뢰'를 추구하는 언론사의 자구노력이 미흡하다면 '어뷰징 기사'나 '사이비 언론' 근절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스스로 베끼기와 짜깁기를 하고 있는데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요?
현재 온라인 뉴스 시장은 포화, 과열, 독점의 상태입니다. 기술진보는 언론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경쟁질서를 만들었습니다. 과거 시장을 지배했던 전통매체는 그 위상이 추락한 반면 플랫폼사업자, 기술 기반 기업은 승승장구했습니다. 전통매체는 당황했고 뉴미디어 기업은 포식자라는 꼬리표를 달았습니다. 양측은 협력과 공존을 선택하기보다는 갈등과 음모로 상대방을 정의했습니다.
양측 간 의제가 생산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희박한 겁니다. 일방주의와 비밀주의만 휩쓸고 있습니다. 좋은 언론사와 뉴스를 시장에서 쉽게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용자의 꿈과 희망도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잠재우는 통제와 압박의 사슬에 갇혔습니다. 알게 모르게 이용자와 공동체의 피해만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 시장 위기의 뿌리에는 미디어를 대하는 한국 정치의 수준낮은 셈법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공개형 포털제휴 평가위원회만 보더라도 이것이 선거에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다루는 정치적 공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미래와 결부되는 저널리즘의 역할을 모색해야 할 '원대한 정치'는 실종했습니다. 그 대신 당장에 이익만 다투고 있습니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인 포털도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책임 부담을 다른 곳에 떠민다고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지금까지 유지해온 서비스의 성격과 철학에 차이가 있음에도 서비스 정책을 단일하게 가져가겠다는 것은 반시장적이기까지 합니다.
기술기업 진영인 포털사업자의 도전과 창의도 어떤 이유에서건 굴절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공공성을 위한 희생과 용기를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수년 전 종편채널 등장 이후에는 상업주의와 기회주의가 뉴스 시장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후대를 위한 새로운 어젠다는 제시하지 못한 채 현존하는 권력, 이념(프레임), 연고의 굴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비단 미디어 시장 뿐이겠습니까. 미디어 이용자들도 힘겹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 개인의 일생은 사활적인 경쟁에 내몰린지 오래입니다.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삶의 방식을 택하기보다는 수동적이고 안전한 습관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네트워크의 참여자도, 공동체도 희망이란 가치를 공유하는 일은 미궁 속에 빠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뉴스 시장의 위기는 정치, 산업의 한계인 동시에 공동체가 안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도 반영돼 있습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뉴스 시장에 종사하는 종사자들은 누구보다 양심과 윤리를 회복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저널리즘의 가치를 유념하는 기자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후원하는 시민의 행동이 필요합니다. 기술기업도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문명사의 전환을 낳는 테크놀러지의 진정한 가치에 유의해야 합니다.
언론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혁신은 저널리즘의 원칙과 가치를 가다듬는 것이 핵심입니다. 희망의 길을 만드는 일이 미디어의 소명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 디지털전략부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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