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박수·수면 체크하는 '스마트밴드', 애플 위협하는 웨어러블 기기 강자로…핏비트 '퍼스트 무버' 전략 통했다

입력 2015-07-03 07:00
Best Practice - 핏비트

하버드 중퇴한 한국계 CEO…게임하다 동작감지 센서 힌트
손목시계형 헬스기기 개발

美시장 점유율 68% 달해…상장 보름만에 주가 66% 상승
창업 8년 만에 6억달러 '대박'


[ 박종서 기자 ]
건강관리를 위한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업체인 핏비트는 지난달 18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세간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첫날 주가가 공모가(주당 20달러)보다 50% 가까이 오른 주당 29.68달러(종가 기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뉴욕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의 첫날 평균 주가상승률은 14%다. 핏비트는 평균의 세 배가 넘는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핏비트의 성적은 애플의 애플워치가 웨어러블 기기 시장 공략에 나선 가운데 얻은 것이어서 관심이 컸다. 한국에서는 핏비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한국계 인물이라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손목에 차면 실시간으로 건강상태 확인 가능

손목시계와 비슷한 모습의 핏비트는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전문적으로 알려주는 제품이다. 스마트밴드로 불리는 핏비트 하나만 있으면 심장박동수와 운동량은 물론 수면시간과 수면의 질까지 확인할 수 있다. 하루에 얼마나 걷고 있는지 알려주는 만보기 기능과 운동에 따른 칼로리 소비량 측정은 기본이다.

핏비트가 자랑하는 대표적 기능은 심박수 측정이다. 손목 내 혈류량을 감지해 지속적으로 심박수를 기록해준다. 측정된 심박수는 핏비트의 화면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주간이나 월간 또는 연간 단위로 볼 수 있다.

자동 수면 기록 기능도 갖췄다. 수면 상태에 들어간 이후에 얼마나 잠을 잤는지 등 수면정보가 자동으로 저장된다. 잠을 자면서 뒤척인 횟수나 깬 횟수까지 알려준다. 핏비트는 보유한 기능과 크기에 따라 다양한 모델이 있다. 가격은 60달러부터 최고 250달러다.

건강관리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핏비트의 인기는 크게 높아졌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의 주요 스포츠용품 전문매장에서는 핏비트 제품들만 모아놓은 별도의 진열장을 쉽게 볼 수 있다. 매출도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7억4540만달러(약 8350억원)로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2012년 매출은 7600만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1억3180만달러로 2013년 5200만달러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추가 조달하고 주식을 현금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핏비트는 애초 공모가를 주당 17~19달러로 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가 예상보다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주당 20달러로 올렸다. 공모주식 수도 3450만주에서 3660만주로 늘렸다. 주가는 지난달 30일 현재 공모가보다 66% 이상 높은 33.28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스마트폰도 생소하던 시절에 스마트밴드 선보여

핏비트의 성공 비결은 이른바 ‘퍼스트 무버(선도자)’ 전략이었다. 핏비트는 2007년 설립됐다. 당시는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내놓은 시기로 스마트폰에 대한 개념조차 확실치 않았다. 스마트밴드를 입에 올리는 사람을 찾기는 ‘언감생심’이었지만 핏비트는 전사적 노력을 통해 시장을 넓히는 데 애를 썼다. 핏비트 관계자는 “시장 확대 초기에는 소비자는 고사하고 유통업체 등에 핏비트가 어떤 제품인지 이해시키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계속 커져갔다. 핏비트는 설립 이듬해인 2008년 세계 최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콘퍼런스 ‘테크 크런치’에서 시제품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는 사전 주문도 받았다. 2000여개 주문이 들어왔다. 50개만 팔려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40배가 넘는 주문이 들어온 것이다.

이후 핏비트는 건강관리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개척한 퍼스트 무버로 자리 잡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핏비트는 지난해 1090만대를 비롯해 2009년 9월부터 2080만대의 기기를 팔았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은 핏비트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68%에 이른다고 밝혔다.

시장을 선도하면서 후발주자의 매서운 공격을 버텨낼 역량도 갖췄다. 핏비트는 지난 2년간 다양한 라이벌을 만났다. 건강관리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많은 회사가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소니, 샤오미, 조본 등이 핏비트와 같은 형식의 스마트밴드를 출시했고 삼성전자의 갤럭시 기어 시리즈나 애플의 애플워치 등 스마트워치도 경쟁에 가세했다.

애플워치는 가장 강력한 경쟁회사로 예상됐지만 아직까지 결과는 핏비트의 승리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조사업체인 슬라이스 인텔리전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핏비트 판매량이 애플워치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24일 출시된 애플워치는 첫주에 140만대가 팔렸고 이후 지난달에는 주간 판매량이 20만대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핏비트는 애플워치 출시 초기를 제외하고는 계속 판매량에서 앞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핏비트를 두고 “애플을 위협하는 세계 웨어러블 시장의 강자”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세 번째 창업으로 대박 터뜨린 한국계 CEO

핏비트 설립자 겸 CEO는 한국계 제임스 박(39)이다. 비디오 게임을 좋아했던 그는 창업 8년 만에 억만장자가 됐다. 제임스 박이 갖고 있는 핏비트 주식은 모두 2000만주로 현재 주식 가치는 6억6560만달러다. 그가 핏비트를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은 체중관리를 위해 시작한 닌텐도 게임기 ‘위(wii)’ 덕분이다. 제임스 박은 “위를 하면서 동작을 감지하는 센서와 게임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웨어러블 기기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월급쟁이보다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하고 모건스탠리에 들어갔지만 1년 만에 그만 두고 회사를 창업했다. 핏비트는 세 번째로 세운 회사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회사는 에페시 테크놀로지(1999년), 와인드업 랩스(2002년) 등 정보기술(IT) 관련 회사였다. 큰 재미를 보지 못했으나 그때의 경험이 핏비트 성공의 기반이 됐다. 그는 “IPO로 확보한 7억3200만달러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 모바일 앱 업체 인수 등에 활용해 회사를 더욱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