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유로존 떠나면 러 팽창정책에 대응 어려워"
오바마, 전략적 중요성 감안 EU에 타협 요청
[ 박종서 기자 ]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결정지을 국민투표(5일)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리스 위기를 단순히 경제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고 터키 등 이슬람국가와 아프리카로 둘러싸여 있는 지중해 지역에서 서방의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리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그리스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정상에게 원만한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미국 안보전문 민간연구소인 신미국안보센터 로버트 카플란 선임연구위원의 기고를 통해 “그리스 위기는 경제를 넘어선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그리스의 국내총생산은 2071억달러로 유럽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정도다. 카플란 연구위원은 “그리스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만약 유럽연합(EU)이 그리스를 외면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주도하는 러시아 팽창정책에 매우 취약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냉전 시절 그리스의 미군기지가 소련을 견제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카플란 연구위원은 “유럽은 그리스에 원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유럽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그리스를 EU에 남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그리스 위기가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중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유럽 정상들과 얘기를 나누며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독려했다”고 말했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최근 반 년간 그리스 문제를 주제로 유럽 관료들과 60차례 이상의 면담과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떨어져나가면 안보 측면에서 적지 않은 타격을 받기 때문에 미국이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스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하자는 의견이 늘어나는데도 그렉시트 가능성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경제연구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는 향후 3년간 500억유로(약 62조원)의 구제금융과 이와 비슷한 규모의 빚 탕감이 필요하다”며 “그렉시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70% 정도”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도 그렉시트 확률을 45%에서 60%까지 올렸다.
파국이 눈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유럽 정상들은 해법 마련보다 국내 정치에 주력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5일 국민투표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국민투표 전에는 협상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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