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창조는 번뜩이는 마법 아닌 인내의 결과물

입력 2015-07-02 21:00
창조의 탄생

케빈 애슈턴 지음 / 이은경 옮김 / 북라이프 / 416쪽 / 1만6800원


[ 송태형 기자 ] 사물인터넷(IoT·the internet of things) 개념을 창시한 케빈 애슈턴은 1997년 프록터앤드갬블(P&G)의 브랜드매니저로 일하면서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재고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찾던 그는 립스틱에 무선 마이크로칩을 부착하고 매장 선반에 안테나를 설치했으며 전파를 통해 이들을 컴퓨터와 연결시켰다. 그는 회사 임원들이 립스틱 기저귀 세제 감자칩 등 사물과 인터넷을 연결하는 이 시스템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물인터넷’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애슈턴은 자신의 첫 특허발명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굳게 믿고 있던 ‘창조성 신화’에 의문을 품게 됐다. 창조성 신화는 ‘아이디어는 마법처럼 찾아오고 사람들은 이를 따뜻하게 맞이하며 창조자는 승리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이면에는 창조 행위가 선택받은 천재들이나 ‘비범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의 경험은 달랐다. 마법은 없었고 영감이 번쩍이는 순간도 거의 없었다. 아이디어는 단계적으로 찾아왔고 오로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일해야 했다. 따뜻한 환대를 받기는커녕 비난받기 일쑤였다.

애슈턴은《창조의 탄생》에서 창조 및 창조성의 본질을 탐구한다. 아르키메데스부터 스티브 잡스까지 고대와 중세, 현대를 넘나들고 예술, 과학, 철학, 기술, 산업 분야를 망라하며 신화적인 인물 혹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위대한 창조자들과 그들의 창조에 숨겨진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준다.

저자는 창조성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한다. 인간이 의식적으로 개입한 결과로 말미암은 모든 산물은 새로운 발명이고 창조다. 창조 행위는 비범한 게 아닌 평범한 것이며 천재가 아닌 누구라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최고의 창조물은 갑작스럽게 영감이 떠오르는 특별한 순간에서 비롯된다는 믿음의 대표적 사례인 ‘유레카’의 순간도 이렇게 설명한다.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부력의 원리를 떠올린 것은 히에로 장군의 순금 왕관 문제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생각하던 중 이뤄진 관찰에서 비롯됐다. 욕조는 기껏해야 한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이어지는 단계 역할을 했을 뿐이다. 유레카의 외침은 깨달음의 순간이 아니라 평범한 사고로 문제를 해결한 단순한 기쁨에서 비롯된 것이다.

창조에 마법의 순간은 없으며 단시간에 창조성을 획득하는 지름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자들은 의구심과 실패, 조롱, 거절에도 불구하고 인내하면서 새롭고 유용한 무엇인가를 만드는 데 성공할 때까지 창조 작업에 거의 모든 시간을 쏟아붓는다. 저자는 “창조는 오랜 시간에 걸친 노동과 款뼈?결과물”이라며 “결과물은 평범하지 않을지라도 그 과정은 평범하다”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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