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메르스 불황, 따뜻한 배려로 극복해야

입력 2015-07-02 21:00
메르스 공포가 낳은 불안 일상 경제활동까지 방해
위축된 소비·투자 살리려면 안정적, 적극적 실행 필요

박인규 < DGB금융그룹 회장 goldpig@dgbfn.com >


지난 6월 한 달간 온 나라를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확산이 이제 큰 고비를 넘기고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소비는 경제심리가 위축되면서 ‘메르스 불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업황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전월 대비 7포인트 하락한 66으로 6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음식과 숙박, 유통 등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속한 업종은 세월호 사건 당시 이상으로 큰 영향을 받으며 시름에 잠겨 있다. 메르스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과 염려가 정상적인 생활마저 방해하고 있다. 이것이 1년 중 최대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까지 이어진다면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대교 경전 주석서 ‘미드라시’에 나오는 일화다. 다윗왕은 자신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는 자만하지 않게 하고, 반대로 큰 절망이나 슬픔에 잠겼을 때는 용기를 줄 수 있는 말을 반지에 새겼다. 그가 반지를 보며 늘 상기한 말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였다. 삶의 굴곡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메르스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말이 위안이 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하지만 이웃을 돌아보는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의 손을 잡아준다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다행히 정부와 정치권뿐만 아니라 경제계에서도 메르스 불황의 조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메르스로 위축된 소비와 투자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정부도 곧 추경 편성 등 부양책을 통해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기업이 엔저(低)를 비롯한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소비 참여 및 기존에 계획된 투자와 고용의 적극적인 실행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대구은행도 어려움을 겪는 지역 기업에 힘이 되고자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뭔가 큰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의 차분함을 유지하며 주변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벗 삼아 이번 여름 휴가를 충분히 즐겨보자. 그렇다면 메르스 불황이라는 말은 잠시 왔다가 금방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인규 < DGB금융그룹 회장 goldpig@dgbfn.com >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