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한양대 테크노경영학 수업 가보니…10만원으로 창업 아이디어 '가득'

입력 2015-07-02 09:47
수정 2015-07-02 14:44
(김동현 지식사회부 기자)

지난달 19일 서울 행당동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에는 100여명의 학생들이 몰렸다. 이 학교 ‘테크노 경영학’ 수업에서 뽑힌 10팀이 창업 아이템을 겨루는 ‘테크노경영학 CEO캠프’ 행사를 보기 위해서였다. 참가 학생들은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발표했다. 소리를 담는다는 뜻의 ‘소담’ 팀은 심장소리(심파)와 목소리(음파)를 이미지화 해 휴대폰 케이스 디자인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개개인의 심파와 음파가 모두 다르다는 점에 착안, 일러스트와 심파·음파 파형을 섞어 나만의 휴대폰 케이스를 만든 것이다. 소담팀 발표를 맡은 김초림씨(24)는 “전공(생체공학)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며 “앞으로 ‘타오바오’ 등 중국 인터넷 사이트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시그니처(물건에 자신의 서명 등을 넣는 것)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담 팀은 이번 학기동안 27만4000원의 수익을 거둬 투자 자본금(5만6000원) 대비 489%의 수익률(ROI)을 올렸다.

◆“수익 부진한 아이템도 발표 가능”

한양대는 재학 중인 모든 공대생을 대상으로 이같은 ‘테크노 경영학’을 듣도록 하고 있다. 원래 창업 전공강좌였던 것을 2013년부터 필수과목으로 변경했다. 이번 학기에만 14개반, 500여명의 학생이 수강했고 6명의 교수들이 2~3반씩 나눠 담당하고 있다. 담당 교수인 안광일 한양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공대생 사이에서 테크노 최고경영자(CEO)가 많이 배출될 것”이라며 “학부 때 미리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는 경험을 갖게 하고자 이같은 수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커리큘럼도 경영전략, 마케팅, 원가와 회계, 생산 관리 등 경영학 수업에서 볼 법한 내용들이 다수 들어가 있다. 학생들은 5~6명이서 팀을 구성한 후, 팀별로 학교에서 받은 10만원의 시드머니를 토대로 사업 아이템을 구성한다.

이번 학기에도 팀원 및 교수들 간의 협의를 거쳐 100여개의 사업 아이템이 나왔다. 교수들이 1차 심사를 거쳐 실현 가능성이 높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춘 10팀을 ‘CEO캠프’에서 발표하도록 했다. 꼭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야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 CEO캠프에 참가한 ‘집게사장’팀은 서류들을 집게로 집어 벽에 붙여둘 수 있는 문구제품을 소개했지만, 매출액 8만7500원에 영업손실 9060원의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최성환 집게사장 팀장은 “매출원가(6만9650원)가 지나치게 높았던 점이 원인”이라며 “도매로 원재료를 구입했어야 하는데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 소매로밖에 구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수익이 부진하더라도 과정 속에서 배울만한 점이 있다면 발표할 기회를 준다는 게 수업의 특징이다.

◆글로벌기업가센터 “최다 창업가 배출 목표”

이 수업의 주관은 공과대학이 아닌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에서 하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이 센터에서는 창업융합전공을 제2전공으로 택하려는 재학생을 위한 프로그램과 ‘테크노 경영학’ 수업 등을 계발하고 운영 및 평가까지 하고 있다. 기업가가 갖춰야할 기본 소양을 교육하고 우수한 예비 창업자를 발굴해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부활시키겠다는 게 센터의 목표다.

센터에선 올해 테크노 경영학 수업에 ‘B(Blended·블렌디드)-러닝’을 전면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B-러닝은 온·오프라인 교육을 혼합해 학생에게 보다 효율적인 수업이 되게끔 유도하는 교육방식이다. 류창완 글로벌기업가센터장은 “교과서에 있는 경영학 이론은 인터넷을 통해 집에서 수강하고, 수업 시간은 실제 창업 아이템 개발에 할애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바꿨다”며 “이같은 창업 교육을 확대해 한양대가 국내 최다 창업 기업가 배출 대학이 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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