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원내대표 거취' 공방
이재오·정병국, 유승민 엄호에
이인제 등 "물러나라" 거듭 촉구
[ 유승호 기자 ]
새누리당은 1일 유승민 원내대표의 진퇴를 놓고 공방을 지속했다. 비박근혜(비박)계 중진 의원들은 친박근혜(친박)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유 원내대표 사퇴 주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친박 의원들은 오는 6일을 사퇴 시한으로 못 박으며 유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친이명박(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 중진들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유 원내대표가 사퇴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강하게 펼쳤다. 지난달 29일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의견이 유 원내대표 사퇴 쪽으로 기울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친이계 맏형격인 이재오 의원은 “유 원내대표 사퇴는 불가하다”며 “정쟁을 중단하고 국정 현안에 몰두할 때”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는 의원들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 거꾸로 청와대 의견을 의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앞장서 원내대표를 물러나게 하려는 데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정병국 의원은 “우리 모두의 책임을 한 사람에게 지워선 안 된다”며 “희생양을 만드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의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묻지도 않고 최고위원들이 공개적으로 얘기하면 되겠느냐”며 지난번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논의한 것을 비판했다.
이병석 의원은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존중해야 하지만 원내대표 사퇴에 대해선 의원들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인제 최고위원은 “청와대와 조율이 안 된 채 국회법 개정안을 밀어붙여 당·청 갈등을 일으켰다면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기존 견해를 되풀이했다.
친박계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이정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 불참했다. 개인 일정을 이유로 들었지만 유 원내대표 사퇴에 반대하는 비박계 의원들과 충돌을 피하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친박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에 대한 공세를 지속했다. 이장우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6일까지 기다려 볼 생각”이라며 “6일 정도엔 (유 원내대표의) 거취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6일은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치기로 한 날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