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서민금융 지원, 상환능력 평가 강화해야

입력 2015-07-01 20:32
"신용 부족 서민층 정책금융 지원
빚만 늘리는 악순환의 고리 끊고
민간 서민금융과 연계 강화해야"

신성환 < 한국금융연구원장 >


한국 경제는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엔저(低) 유도 정책, 주요 수출대상 국가인 중국의 경제성장세 둔화, 메르스 사태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서민층의 자금수요는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만 이들에 대한 신용정보 부족 등의 이유로 서민층이 금융회사로부터 적정 금리로 필요자금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서민금융 지원 강화방안은 시기적으로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안은 서민금융 지원 확대와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정책적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성실상환자에 대해 대출한도 확대, 금리 인하 등의 혜택뿐만 아니라 상환 이후 민간 금융회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연계를 강화한 것은 서민금융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매우 적절하고 혁신적인 방안이다.

정책적 서민금융의 대상자는 주로 저소득·저신용층으로서 신용등급과 같은 계량적 지표로는 상환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성실상환자에 대한 혜택 확대는 기업금융에서의 관계형 금융을 서민금융 지원에 도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주거비, 교육비 등 특정 용도별로 지원을 강화하는 것은 불필요한 대출을 억제하고 꼭 필요한 자금 중심으로 금리, 대출한도 등을 조절해 맞춤형 상품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서민의 자금을 용도별로 구분해 지원을 확대한다면 정책적 서민금융상품의 기능 중복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방안의 또 다른 특징은 이자부담 경감이다. 정책적 서민금융상품의 상한금리를 연 12%에서 10.5%로 인하하고 대부업법상 최고금리를 연 34.9%에서 29.9%로 인하하는 것은 서민층의 이자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에 따라 불법 사금융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관련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서민금융 지원에 따른 원가분석이 필요하다. 이는 서민금융 지원 비용을 민간 금융회사가 일부 부담하므로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고, 제한된 예산 범위 내에서 정책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품별 원가분석을 통해 지원확대에 따른 민간 금융회사의 부담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서민금융 예산에 맞게 지원 총규모를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또 상환능력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 금융지원과 복지지원 대상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서민층에 대해서는 금융지원 확대가 빚만 늘리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이들 계층의 필수불가결한 지출에 대해서는 복지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정책적 서민금융 지원과 민간 서민금융 간 연계를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민간 서민금융 활성화가 이뤄져야 정책적 서민금융 지원의 지속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서민들이 정책적 서민금융의 존재를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체계적인 홍보 및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이런 과제들을 감안할 때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이 원활하게 진행돼 서민금융의 컨트롤타워로서 체계적인 서민금융 지원을 더욱 잘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민층이 빈곤층으로 추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현시점에서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복지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다. 이번 서민금융 정책을 통해 앞으로 더욱 많은 서민이 정책적 서민금융 대상에서 벗어나 민간 서민금융을 이용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성환 < 한국금융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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