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실상 '디폴트' 상황…·2차 구제금융 종료

입력 2015-07-01 06:15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이 30일(현지시간) 긴박하게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구제금융 연장이 거부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부채를 상환하지 않아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았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은 성명을 내고 2012년 2월부터 시작한 그리스의 재정지원 프로그램(2차 구제금융)이 이날 자정(중부유럽시간) 종료됐다고 밝혔다.

EFSF는 구제금융 종료에 따라서 EFSF의 분할 지원금 18억 유로는 지원하지 못하며 그리스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한 109억 유로 규모의 지원도 취소된다고 덧붙였다.

그리스는 이날 오후 유럽안정화기구(ESM)에 2년간 국가채무 상환용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3차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기술적 디폴트'를 막기 위해 기존 구제금융을 단기간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은 연장안을 거부했으며 3차 구제금융 안건은 내일(7월1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30일 오후 7시(한국시간 1일 새벽 2시) 긴급 전화회의를 열어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장 제의를 논의했으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알렉산터 스터브 핀란드 재무장관은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장 혹은, 채무 탕감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스터브 장관은 "ESM을 통한 자금 지원 및 채무 재조정 요구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1일 아침에 그리스가 제출할 새로운 제안에 대해 유로그룹이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을 연장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지적하고 그리스 정부는 새로운 제안이 합의될 수 있도록 채권단과 유로존 파트너들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로그룹이 1일 회의에서 3차 구제금융안을 승인하면 그리스는 내달 5일로 예정된 국민투표를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최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하기 전까지 새로운 제안을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그리스는 또 이날 IMF에 상환해야 하는 15억5000만 유로(약 1조9000억원)의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내년 3월까지인 IMF 측의 구제금융 프로그램도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는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IMF에 체납한 사례를 남겼다.

IMF 출범 이후 지금까지 IMF에 채무를 불이행한 국가는 수단과 소말리아, 짐바브웨 등 최빈국뿐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민간 채권자에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을 때에만 디폴트로 간주하기 때문에 IMF 체납은 디폴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전날 등급 하향조정을 발표했다.

피치는 전날 그리스 4개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을 기존 'CCC'에서 '제한적 채무불이행(RD)' 등급으로 4계단 강등했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국가 신용등급을 투기(정크) 등급인 'CCC-'로 한 단계 낮췄다.

한경닷컴 증권금융팀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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