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그리스] '아리송' 투표 용지…질문 어렵고 '반대'가 위쪽에

입력 2015-06-30 21:48
[ 박수진 기자 ] 그리스 정부가 7월5일 국민투표에 사용할 용지(사진)를 29일(현지시간) 공개하자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 반대를 유도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질문이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문구로 돼 있고, 답 칸의 배열도 일반적인 ‘찬성-반대’ 순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용지 왼쪽 칸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이 2015년 6월25일 (추가 긴축) 협상안을 제안했다. 제안은 두 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고, 첫 번째 문서는 ‘현재 프로그램과 그 이후의 완결을 위한 개혁’이며, 두 번째 문서는 ‘예비부채 지속성 분석’인데 이를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질문이 인쇄돼 있다. BBC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그리스 국민 중에 이 질문의 정확한 뜻을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그냥 “유로존에 남을 것인가, 말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는 게 나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투표자의 선택을 표기하는 오른쪽 공간도 헛갈리게 돼 있다. 위쪽에 그리스어로 ‘아니다’를 뜻하는 ‘오히(OXI)’ 칸이 있고, 그 아래 ‘그렇다’는 뜻의 ‘네(NAI)’ 칸을 배치했다. 외신들은 “그리스 정부가 투표자들의 반대를 유도하기 위해 ‘찬성-반대’ 순이 아니라 ‘반대-찬성’ 순으로 배치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촉박한 투표 일정과 준비과정, 비용 등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국민투표를 총리가 제안한 지 1주일 만에 잘 준비해 문제없이 끝낼 수 있을지, 그리고 이렇게 논란이 많은 국민투표를 1억1000만유로(약 1540억원)라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치를 필요가 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고 보도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