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부실지자체 공개 딱지 붙여야

입력 2015-06-30 20:45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겉만 번드레한 낡은 집의 지붕이 샌다. 언제 고쳐야 할까. 비오는 날이 문제지만 비 때문에 작업이 어렵다. 맑은 날은 안 새니 고쳐야 할 절박성이 떨어진다. 급할 때 갑자기 안되는 일은 평소에 해두라고 했다. 건강, 지력, 체력이 다 그렇다. 지방재정의 건전화도 같다. 일부에는 노란색 이상의 경고가 켜진 지 한참이다. 하지만 해당 시·도도, 중앙정부도 긴장감이 떨어진다. 최근에는 부동산 호경기에 따른 지방세수 증가로 재정에 반짝 여유가 생겨 더 느슨해지는 분위기다.

시·도나 시·군·구의 부채가 예산 대비 25%를 넘어서면 ‘주의’, 40%에 달하면 ‘심각’ 지방자치단체가 된다. 2011년 정부가 경험치와 이론을 종합해 이렇게 지방재정 위기관리제도는 도입했지만 공개적인 경고나 실질적인 제재는 없었다. 훈령과 시행령 차원의 계고뿐이었다.

부채비율 39.9% 인천, 대구 부산

17개 시·도 중 세 곳에 빚이 많다. 수년째 인천 대구 부산이다. 특히 인천이 요주의 대상이다. 부산은 2011년 부채비율 33%에서 최근 28.1%로, 대구는 38%에서 28.8%로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인천은 35%에서 39.9%로 더 늘었다. 시·군·구 중엔 지방공사를 잘못 운영한 태백시가 제일 문제다.

인천시도 변명거리는 있다. 2014년 아시안게임, 청라 영종 등 개발사업 때문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든 재정의 건실성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자치도 가능해진다. 39.9%라는 부채비율에는 무언가 작위적인 냄새가 난다. 어떻게든 40%는 넘기지 않으려고 수치를 ‘마사지’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이런 곳에 행정자치부가 경고장을 발부하고 강력한 자구를 촉구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더구나 유정복 인천시장은 작년 지방선거 전까지 행자부 장관이었다. 다른 시·도도 행자부가 부시장·부지사를 보내는 관계다. 제재도 해야 하지만 안면이 따갑다. 위기대응 제도를 만들어 두고도 강력하게 적용을 못 한 데는 이런 현실도 있다. 민선자치 20년, 훌쩍 커버린 시·도는 중앙정부로서도 버거운 상대다. 가장 부실한 태백시가 멀쩡한 황지연못 공원을 확장한다며 예산 79억원을 책정해도 행자부는 한마디 간섭조차 못한다. 시·군도 100억원 미만 사업은 자체 판단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는 지붕, 맑은 날 고치기 쉬워

맑은 날에 지붕을 고쳐 놔야 한다. 그래야 일이 쉽다. 재정자립도 10%대 부실 시·군이 널렸지만 한국의 지자체는 파산도 안된다. 법적으로 파산 근거가 없다 보니 중앙정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면서 부실 지자체에 감독관이라도 보내는 순간 “풀뿌리 민주주의 죽인다”고 난리칠 것이다.

중국 경제의 향방에 세계가 주시하고 우리도 긴장한 ?바라본다. 부동산 거품, 좀비은행 등 알려진 취약점 외에 가려진 중국의 급소가 부실한 지방재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만큼 중국 지자체의 과잉·과오 투자가 심각하다고 한다. 남유럽국(PIIGS) 재정난이 불거졌을때 이탈리아에선 지자체 부실이 뇌관으로 지적됐다. 완전 남의 일도 아니다. 행자부가 서둘러야 한다. 부실 지자체엔 제재를 가해야 해당 주민들부터 긴장한다. 터무니없는 지방 공약에서 벗어날 계기를 부여할 필요도 있다. 기존의 지방재정법이든 새로운 지방재정위기관리법이든 법규에 위기관리제도를 담아야 한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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