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증시 입성하는 중국 3위 애니메이션 제작사
베이징 올림픽 마스코트 인형 제작
봉제인형 만들다 애니메이션 제작, 캐릭터 완구도 인기…매출 두 배로
상장대금 한국에 대부분 투자
"EBS와 영화 공동제작…애니메이션 등 유망 기업 인수"
[ 김우섭 기자 ]
중국 4대 무역구인 샤먼에서 1시간가량 승용차로 이동해 도착한 푸젠성 진장시의 헝셩(恒盛)그룹 본사. 입구에 들어서자 축구장 두 개 크기의 완구와 봉제인형 공장, 금형 제작시설이 한눈에 들어왔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완구업체에서 5년 만에 중국 3위 애니메이션기업으로 도약한 헝셩의 쉬원제(許文杰·56) 대표는 “국영방송 CCTV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재짓(Jazzit)’의 인기를 바탕으로 의류, 완구 등 2차 상품을 만들어내는 중국 유일의 문화산업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헝셩은 2011년 중국 고섬의 분식회계 사태로 발길이 끊긴 중국 업체의 한국 증시 상장을 처음으로 시도하는 기업이다. 1992년 창업한 이 회사는 원래 디즈니, 토이저 ??등 미국 기업에 완구와 봉제인형을 납품하는 OEM 회사였다. 꾸준한 성장을 거듭한 끝에 중국 민간업체로는 유일하게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마스코트 인형 제작사로 선정되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러나 쉬 대표는 경쟁자가 많은 중국에서 OEM 방식 제조업체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2010년부터 애니메이션 제작에 나섰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제조업을 바탕으로 성장성이 높은 애니메이션 분야에 적극 투자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
2012년 헝셩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재짓이 CCTV에 방영되자 쉬 대표의 예상대로 완구 등의 매출도 덩달아 올라갔다. CCTV에 방영되는 중국 애니메이션은 1년에 10개 남짓에 불과하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캐릭터 완구와 인형 판매가 늘었고, 재짓을 브랜드로 한 아동복 매장은 최근 2년 새 250개까지 늘었다. 완구 분야에서 20년 이상 축적한 금형기술로 도전한 일회용 포장재(런치박스)의 매출도 3년 만에 연 200억원대에 이른다.
상장 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의 이기일 부장은 “2012년 중국 정부의 애니메이션 육성 정책과 함께 외국 애니메이션의 중국 시장 진출 제한 규제로 재짓의 희소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애니메이션과 기존 제조업이 시너지를 내자 헝셩의 지난해 매출은 2012년 대비 두 배가 오른 2000억원대에 육박했고, 영업이익률은 10%대 중반까지 올랐다.
쉬 대표는 고섬 사태 이후 증폭된 중국 기업 기피증을 불식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내놓았다. 그는 “과거 중국 기업들이 한국 증시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중국에 썼던 데 반해 헝셩은 한국 시장에 대부분을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투자 대상은 영화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모바일게임시장 등 다양한 분야로 잡아놨다. 이미 EBS와 합작 제작하는 영화 ‘점박이:한반도의 공룡’ 속편 제작비(60억원)의 51%에 해당하는 30억6000만원을 투자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쉬 대표는 “합작 영화 외에도 국내 애니메이션이나 아동 의류업체 등 인수합병 대상을 적극 물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헝셩은 올해 하반기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지난 26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국내 캐릭터 완구업체 오로라월드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비교 그룹으로 삼아 계산할 경우 헝셩의 시가총액이 4000억~6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진장=김우섭 기자 duter@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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