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4%·닛케이 2.7% 급락
외국인 1079억 팔며 하락 부채질…유럽 수출 많은 조선·차 낙폭 커
상하이 증시는 한때 7%까지 출렁
"그리스 디폴트 충격 크지 않아…조정 받을 때가 저가 매수기회"
[ 김동욱 기자 ]
본격적인 반등을 모색하던 주식시장이 그리스 위기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주 2090선까지 오르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던 코스피지수는 3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7년6개월 만의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던 코스닥지수도 2% 넘게 떨어졌다. 지난 주말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심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경쟁적으로 주식을 팔아치운 탓이 컸다.
○매서웠던 ‘예고된 위기’
2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77포인트(1.42%) 하락한 2060.49에 마감했다. 장 시작 후 줄곧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한때 2054.33까지 밀리기도 했다. 하루 낙폭으론 5월27일(36.00포인트) 이후 한 달여 만에 최대치다. 코스닥지수도 17.46포인트(2.33%) 떨어진 733.04를 기록했다. 지난 22일(734.61) 730선을 돌파한 뒤 연일 연중최고치 기록을 경신하면서 지수 750선까지 치솟았던 ‘성과’를 모두 반납했다.
이날 증시 급락은 지난 주말 그리스 디폴트 우려가 현실화된 탓이 컸다. 5년 가까이 끌어온 그리스 위기가 ‘파국’이란 결론에 가까워지면서 외국인이 신흥시장에서 대거 자금을 뺄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실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07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을 부채질했다. 지난주 후반 3거래일 연속 1215억원 순매수했던 것을 하루 만에 거둬간 셈이다.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도 9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2.74% 하락했고, 중국 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한때 7% 넘게 밀리며 지수 4000선이 붕괴되기도 하는 등 아시아시장이 모두 ‘그리스 몸살’을 앓았다.
○‘일시적 몸살’ vs ‘차익실현 계기’
그리스 충격파가 미친 범위도 상장사의 80%가 하락할 정도로 전방위적이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79.41%인 702개 종목이 하락했는데 특히 유럽수출 비중이 높은 조선, 자동차업종 하락폭이 컸다. 주식시장 둔화 우려가 커진 증권주도 부진했다. 기아자동차가 2.17% 하락하며 시가총액 상위 20위권 종목 중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SK증권(-8.82%)과 삼성증권(-7.48%), 대우조선해양(-6.79%) 등의 낙폭도 컸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상장사의 81.27%인 881개 종목이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에선 바이로메드(-8.91%)와 메디톡스(-3.23%), 산성앨엔에스(-6.83%)처럼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제약·바이오주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증시가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많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차익 실현 움직임이 한층 거세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그리스 충격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일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그리스 채권 대부분을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유럽중앙은행(ECB) 같은 정책금융기관이 보유한 만큼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더라도 민간 부문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앞으로 1~2달가량 증시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이 같은 조정기가 저가 매수 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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