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합병 결정은 경영권의 중요 부분"
김정태 회장, 노조에 '대화합 대화' 제의
[ 박한신 기자 ]
하나·외환은행 통합 작업이 속도를 내게 됐다. 법원이 26일 하나·외환은행의 통합 작업을 중단하도록 한 기존 결정을 취소한 데 따른 것이다. 하나금융은 곧바로 외환은행 노조와의 대화 재개 등 통합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와의 대화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한 뒤 금융위원회에 합병예비인가 신청을 하고 이사회·주주총회를 열 계획이다.
◆법원, 노조 가처분신청 기각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김용대)는 지난 2월 이뤄진 하나·외환은행 합병절차 중단 가처분 결정에 대한 하나금융의 이의신청과 관련한 결정문에서 “지난 2월 내린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취소하고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외환은행 노조가 맺은 2·17합의서는 가능한 한 5년 동안 외환은행을 독립법인으로 존속하도록 하는 취지이지 합병을 위한 논의나 준비작업까지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취지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2·17합의 이후) 3년4개월 이상의 기간이 경과해 지금부터 논의해도 합병 시점은 (약속한) 5년이 모두 지난 이후가 될 수도 있다”며 “임시적 가처분으로 합병절차 중단을 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업합병 여부에 대한 결정은 경영권의 중요한 부분이며 경영권은 헌법에 의해 보장된다는 점도 명시했다. 재판부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이 외환은행 근로자들의 지위, 근무조건, 복리후생 등이 침해되지 않도록 배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은 앞서 열린 심리에서 금융환경 악화를 강조하며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나금융은 2015년 1분기 기준 순이자마진(NIM)이 1.63%로 사상 최저 수준이며 계좌이동제나 핀테크 등으로 금융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소명했고,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연내 합병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내년엔 늘어난 납입자본금에 대한 세금을 2000억~3000억원가량 더 물어야 한다는 점도 통합을 서두르는 배경으로 알려졌다.
◆김정태 회장 “노사 대타협 제안”
이번 결정으로 하나금융은 두 은행 통합을 위한 ‘큰 산’을 넘게 됐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법원 결정 직후 “두 은행이 진정으로 통합하려면 노사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노사 상생을 위한 대타협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외환은행의 정체성과 생존권, 경쟁력을 보장하는 대화가 된다면 합병시기는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15일 노조에 제시한 통합을 위한 새로운 합의서를 토대로 대화 논의를 재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합의서엔 통합은행명에 ‘외환’ 또는 ‘KEB’를 넣고,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은 노사 양측간 합의 과정을 거쳐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과 함께 “향후 예비인가 신청이 있는 경우 이를 접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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