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삼성물산 주식 산지 이틀 만에 합병 문의했다

입력 2015-06-26 21:23
수정 2015-06-30 14:55
2월부터 석달간 고강도 압박
4월9일 첫 대면서도 같은 문의


[ 임도원/주용석 기자 ]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난 2월 초 삼성물산 주식을 처음 매입한 뒤 이틀 만에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문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3개월 동안 주식 매집과 회의(대면) 요청을 병행하며 ‘일사천리’로 삼성을 압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엘리엇은 26일 발표한 보도 참고자료에서 지난 2월4일 삼성물산 이사진에 양측 간 회의를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서신에서 “회사 주가가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삼성물산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같은 달 2일부터 삼성물산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주식을 사모으면서 한편으로 합병 가능성에 대한 문의를 병행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회의 요청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지난 3월까지 세 차례 더 회의를 요청하면서 현 주가 상황에서의 합병을 반대하는 내용의 서신을 잇따라 보냈다.

엘리엇은 지난 2월 거의 매영업일마다 삼성물산 지분을 사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초에는 약 250만주(1.6%)를 ‘장중 대량매매’로 매입한 사실을 한국거래소에 신고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같은 달 중순까지 불과 1개월여 만에 주식 대량보유 의무보고 기준인 5%를 밑도는 4.95%의 지분을 ‘비밀리에’ 확보했다.

엘리엇은 지난 4월 삼성물산과의 만남을 성사시켰다. 지난 4월9일 서울에서의 회동이었다. 엘리엇 측은 홍콩법인의 제임스 스미스 투자 담당 이사와 한국인 애널리스트가, 삼성물산에서는 이영호 부사장(CFO)과 배영민 금융 담당 상무 등이 참석했다. 엘리엇 측이 이 자리에서도 제일모직과의 합병 계획을 묻자 삼성물산 측은 “지금까지는 없다”고 대답했다. 삼성물산은 이후 5월26일 제일모직과의 합병 계획을 발표했고, 엘리엇은 지난 3일 역시 장중 대량매매로 한꺼번에 삼성물산 지분 2.17%를 매입하며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한편 엘리엇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독립성이 의심되는 삼성물산 이사회에 의해 성급히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삼성물산도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해외 헤지펀드의 근거 없는 주장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 여론전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맞섰다. 또 “합병 시너지로 매출 6조원이 창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도원/주용석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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