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아시아, 제3자 신주 배정
주총 아닌 '이사회 결의'로 결정
유상증자 대금 100억원
해외 자회사 계좌로 납입도
[ 이유정 기자 ] 마켓인사이트 6월24일 오전 5시15분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홍콩 현지법 등을 내세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관 내용을 따르지 않고 있다. 제3자를 대상으로 한 증권발행의 경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권한을 이사회에 위임하거나, 회사 계좌로 들어가야 할 증자대금을 해외 자회사에 납입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사들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에 상장한 중국 스포츠업체 이스트아시아홀딩스가 지난 3월 정소영 대표를 대상으로 발행한 신주 625만주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정 대표는 앞서 “홍콩 현지법상 허용된다”며 유상증자 대금 100억원을 이스트아시아 보유 계좌가 아닌 중국 자회사 푸젠성치우즈체육용품유한공사 명의의 중국농업은행 계좌에 입금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외국회사라고 해도 한국법인 명의로 한국에 개설한 계좌에 증자대금을 납입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해당 신주의 상장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인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증자는 납입 방식뿐만 아니라 ‘이사회 결의’라는 결정 방식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스트아시아 정관에 따르면 주주가 아닌 3자를 대상으로 한 신주배정은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 4월 열린 정기주총에서 특별결의를 통해 주식발행권한을 이사회에 위임했다.
국내 상장사들은 일반적으로 이사회 결의를 통해 증권을 발행한다. 하지만 외국법인의 경우 거래소가 상장심사를 할 때 3자 배정 발행은 주총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지도한다. 외국법인에 대한 투자자의 정보접근이 제한적인 만큼 최대주주가 변동될 수 있는 3자 배정의 발행절차를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스트아시아뿐 아니라 차이나하오란, 완리 등 국내에 상장한 대부분의 중국 회사들은 증권발행 권한을 이사회에 위임하는 식으로 해당 정관을 따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총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지도한 사항을 이사회에 위임해 버린 것은 당초 금융당국의 지도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이스트아시아의 경우 당초 최대주주였던 정강위 씨가 지분 47%를 담보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반대매매를 당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폭락했다. 이후 정소영 대표를 대상으로 한 3자배정 증자와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이 이어져 소액투자자와의 갈등이 촉발됐다. 증자와 CB 모두 이사회 결의를 통해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해당 CB는 최대주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모로 진행됐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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