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오해와 진실 <18> 독점의 기준
오늘날 구글이 검색엔진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모바일 검색엔진 광고까지 포함하면 시장점유율이 98%나 된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구글은 독점인가.
교과서나 법적 정의에 따르면 구글은 독점이다. 교과서에는 시장에 한 개의 기업만 존재하면 그 기업은 독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해 독과점 규제를 한다. 한국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도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셋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고 돼 있다.
기업의 수나 시장점유율로 독점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정태적인 시장, 정태적인 경제를 가정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경제와 시장이 정태적이 아닌 동태적이라면 이 정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무용지물이 되며 상황판단에 오류만 불러일으킨다.
우선 시장점유율은 시장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코카콜라가 펩시와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음료수 회사와도 경쟁한다. 세븐업과 경쟁하고, 주스회사, 생수업체들과도 경쟁한다. 시장을 정의하는 범위에 따라 기업의 시장점유율에 큰 차이가 난다. 콜라시장에서 코카콜라의 시장점유율이 80% 이상이라고 해서 독점기업이라고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음료수까지 그 범위를 넓히면 코카콜라의 시장점유율은 미미할 수 있다.
시장에 하나의 기업만 존재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정부가 특정 기업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고, 둘째는 자유경쟁시장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기업이다. 정부가 한 특정 사업자에게만 사업활동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그 시장에서 그는 유일한 사업자가 돼 시장점유율이 100%인 독점 사업자가 된다. 이런 법적인 진입장벽 때문에 생긴 독점은 다른 기업으로부터의 경쟁을 차단한다.
따라서 그 기업은 독점가격을 설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이라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퇴출될 염려가 없다. 우리가 우려하는 독점으로 인한 폐해는 바로 이런 정부의 진입장벽에 의해 생긴 독점에서 발생한다.
한편 자유경쟁시장에서 많은 기업이 자유롭게 경쟁한 결과 가장 효율적인 기업 하나가 남게 되면 그것은 ‘구조적’으로 독점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의 진입장벽에 의한 독점과는 엄연히 다르다. 자유경쟁시장에서 경쟁의 결과로 남게 되는 기업은 소비자에게 열심히 봉사하고 노력한 결과다. 그래서 그 기업이 갖는 시장점유율은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성공과 능력의 결과이지 기업에 주어진 특권과 권력이 아니다. 따라서 자유시장에서 발생하는 독점은 우리가 우려하는 독점적 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비록 구조적으로 독점이라고 할지라도 그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자유경쟁시장에선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점유율이 끊임없이 변한다. 오늘날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시장점유율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재화와 서비스를 계속 생산·판매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 경영을 잘 못하거나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엔 즉시 시장점유율을 잃게 된다. 따라서 시장에서 어느 한 기업이 오랜 기간 우위를 지속했다는 사실은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그 기업의 탁월한 능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구글이 모바일 검색엔진 광고까지 포함해 시장점유율이 98%나 된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가 만족해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구글보다 더 나은 것이 나온다면 구글의 시장점유율은 떨어질 것이며 새로운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컴퓨터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던 IBM이 마이크로소프트로 대체됐다. 그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과 스마트폰 등장으로 지배력이 줄어들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처음엔 캐나다산 ‘블랙베리’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였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가 차지하고 있다.
독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많은 정책적 오류를 범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인수 건이다. 2004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인수를 승인하지 않았다. 삼익악기가 영창악기를 인수하면 국내 업라이트 피아노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92%에 달하게 돼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세계적 피아노 회사에는 일본의 야마하와 독일의 슈타인바흐가 있다. 삼익악기가 영창악기와 합병하면 해외시장에서 야마하, 슈타인바흐와 더욱 더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고 세계적인 피아노 회사로 거듭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공정위가 승인하지 않음으로써 이런 기회는 사라졌으며, 결국 그 결정은 야마하나 슈타인바흐를 도와준 꼴이 되고 말았다.
정부의 간섭이 없는 ‘시장에서 나온 독점’은 문제될 게 없다. 그리고 독점 기준을 단지 시장점유율이나 특정 시장에서의 기업 수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산업이 독점인지는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그 산업의 진입 및 퇴출장벽 유무가 돼야 한다. 진입 및 퇴출장벽이 존재하면 그 산업은 독점산업이고 그렇지 않으면 경쟁적 산업이다. 독점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요구된다.
시대 따라 바뀐 경쟁과 독점의 의미
원래 독점은 지금처럼 하나의 기업만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애덤 스미스를 비롯해 데이비드 리카도, 존 스튜어트 밀 등의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은 독점을 정부가 특정 기업에 배타적 특권을 부여하는 것이라 했으며, 정부의 배타적 특혜에 의해 방해되지 않는 시장을 자유경쟁시장이라고 했다.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 시장에서 기업들은 상대방보다 더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런 경쟁의 과정 중 어느 한 시점에서 보면 1개 기업이 존재할 수 있고, 2개, 3개 기업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어느 시점에서 기업 수로 경쟁의 유무, 혹은 과다를 판단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스미스는 경쟁과 독점을 동태적 개념인 ‘시장과정’으로 봤다.
이런 경쟁의 개념이 앙투안 쿠르노(1801~1877)에 의해 바뀌었다. 그는 경쟁의 최종 결과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수학자인 그는 경제에 관한 연구에 수학을 이용했다. 그는 ‘부의 이론의 수학적 원리에 관한 연구’(1838)에서 경제 분석에 함수, 미분 등 수학의 여러 가지 개념을 도입해 사용했다. 그는 경쟁을 ‘과정’이 아니라 ‘상태’로 봤다. 그리고 경쟁을 기업 수가 아주 많아 조금만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모두 경쟁기업으로 옮겨가는 상태로 봤으며, 이를 완전경쟁 상태라고 정의했다. 한편 이런 완전경쟁과 정반대되는 단 하나의 기업이 존재하는 경우를 ‘독점’으로 정의했다.
쿠르노 이후 제번스와 에지워스 등에 의해 경쟁과 시장구조가 결합됐고,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의해 상태로서의 완전경쟁을 하나의 시장구조로 정형화시켰다. 완전경쟁 모형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며, 그에 상응해 만든 독점 역시 현실세계에서 일어나는 ‘상업행위’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원래 의미의 경쟁과 독점으로 복귀해야 한다.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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