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맹신은 금물…때론 직관을 믿어라

입력 2015-06-26 07:00
Let's Master - 비즈니스 의사결정 (3)

설문순서 바꾸면 결과 달라져
질문 유형도 답변에 영향

경제 상황 복잡해질수록
직관적 의사결정 많아져



분석적 성향의 최고경영자(CEO)와 직관적 성향의 CEO 중 누구의 의사결정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까. 경영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해왔다. 이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분석적인 CEO가 직관적인 CEO에 비해 항상 좋은 결론에 이르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CEO의 직관적인 의사결정이 일시적인 감정 내지 막연한 순간적인 느낌에 근거한 마구잡이식 의사결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명한 사회학자 어네스트 겔러에 따르면 의사결정 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지 않았던 농경사회 내지 초기 산업사회의 경우 분석적인 의사결정이 더 유효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경제 상황이 고도로 복잡해지기 시작한 후기 산업사회부터는 어설픈 분석적인 사고보다는 차라리 직관적인 사고가 더 유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직급이 높아질수록 결정해야 할 내용이 많아지고, 고려해야 할 요인도 더 많아짐에 따라 분석적인 의사결정보다는 직관적인 의사결정에 의존해야 할 때가 늘어나는 게 사실이다.

○분석과 직관적 의사결정의 차이

CEO들이 직관적인 의사결정에만 의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결정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찾아내기 위해서 혹은 부하직원들에게 자신의 결정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기 위해 객관적인 근거를 찾기 위한 시도 또한 계속한다. 이때 즐겨 사용하는 대안이 바로 설문조사다. 다양한 설문조사를 통해서 의사결정 내용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의사결정을 수립하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설문조사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과학적이며 객관적인 근거를 제공해주는 수단일 수 있지만, 설문조사로 인해 잘못된 의사결정이 유도되기도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피터 다이아몬드 교수 역시 설문 결과를 맹신해선 안 된다고 역설한 대표적인 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설문조사 수행 시 설문을 물어보는 순서를 바꾸면 그로 인해 얼마든지 결과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에서 세계적 보호종인 바다표범과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얼마를 낼 의사가 있는지를 질문 순서를 바꿔서 설문했다. 해당 연구 결과 바다표범과 고래 순서로 불어봤을 때는 각각 142달러, 195달러로 집계됐지만 반대 순서로 물었을 때는 고래가 172달러, 바다표범은 85달러였다. 의사결정의 과학적 근거 자료인 설문조사 결과는 질문 순서에 따라 얼마든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설문조사 시 문의 六瓚?구분해서 물어볼 때와 구분 없이 한꺼번에 물어볼 때도 각각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규명했다. 그는 그랜드캐니언의 자연경관을 지키기 위해서 얼마를 낼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단독으로 물었을 때와 다른 질문 속에서 세 번째로 물었을 때를 비교했다. 그 결과 단독으로 설문한 결과가 5배 많은 금액으로 집계됐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설문조사도 상황 따라 결과값 달라져

설문조사는 비슷한 질문을 연이어 설문했을 때와 개별적으로 설문했을 때도 그 결과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북한산국립공원, 관악산국립공원, 계룡산국립공원을 보존하기 위해 얼마의 비용을 투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문을 한꺼번에 물었을 때와 세 국립공원을 각각 따로 물었을 때의 설문조사 결과는 상이하다. 앞서 세 국립공원 모두의 보존 가치를 묻는 질문은 상대적으로 세 곳을 개별적으로 물었을 때에 비해 비슷한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그것은 세 국립공원을 한꺼번에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서 사람들은 개별 국립공원이 갖고 있는 나름의 특성을 바탕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국립공원이라는 일반적인 대상이 내포하고 있는 가치를 바탕으로 획일화된 답변을 하는 경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국립공원마다 개별적으로 설문했을 때는 당연히 국립공원의 특수성을 최대한 고려해 답변하게 된다.

이상에서 나열한 바와 같이 경영 현장에서 의사결정의 유용한 근거로 활용되는 설문조사 결과는 조사를 어떤 방식으로 수행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어쩌면 분석적 성향의 CEO가 직관적 성향의 CEO보다 항상 좋은 결론에 이르지 못하?원인 중 하나가 잘못된 설문조사에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박정호 < KDI전문연구원 >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