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사시 존치 둘러싼 '법 vs 밥' 싸움

입력 2015-06-23 21:16
법조 산책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 양병훈 기자 ] “하창우를 식물인간으로 꽁꽁 묶어버릴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대의원 선거를 위해 후보 등록을 받은 올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재학생 커뮤니티 ‘로이너스’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하창우 대한변협 회장이 사법시험 존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게 이 글이 올라온 배경이다. 로이너스의 한 회원은 이 글에서 “로스쿨 출신이 대의원회를 장악해 하 회장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글의 바람대로 로스쿨 출신이 대의원 과반을 장악하지는 못했지만 글에 담긴 정치공학은 꽤나 정교한 편이었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토론회’가 열리면서 사시 존치를 둘러싼 변호사업계 내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토론회를 주최한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이 행사 예고를 하자 로스쿨협의회와 대한변협 로스쿨 대의원 모임이 17일 이에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토론회 당일에는 ‘대한변협 대의원 100인 일동’의 이름으로 사시 존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행사장에 들어와 유인물을 뿌렸다. 이날 밤 로스쿨이 아닌 학부 법과대 체제를 유지하는 대학들의 모임인 대한법학교수회는 유인물을 뿌린 변호사들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사시 존치에 대한 찬반의 경계는 법이 아닌 ‘밥’에 따라 나뉘고 있다. 사시 출신 변호사는 “사시가 폐지되면 개천에서 용 나는 사례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시도 좋은 대학 나오고 집안 배경 좋은 사람이 많이 붙기는 마찬가지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사시가 존치되면 로스쿨 제도가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법조계에서 사시 출신에 비해 취약한 지위를 극복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국민 눈에는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이 법조계 기득권을 놓고 벌이는 싸움으로 비칠 뿐이다. 심지어 오 의원은 고시촌으로 상당수 주민이 먹고사는 ‘서울 관악구을’ 출신으로 역시 ‘밥’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꼬인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답답할 따름이다. 그리고 변호사가 과연 사회 윤리를 세우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변호사 단체가 갈수록 이익단체화하는 모습에 괴로웠다”는 한 전직 변호사단체장의 말이 떠오른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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