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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벤션센터·극장·호텔 등 경기장 넘어 복합시설화해야
[ 유정우 기자 ]
“누가 좀 맡아주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통째로 넘기고 싶은 심정입니다. 매년 들어가는 운영비만 수십억원이니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최근 만난 한 지방자체단체 문화체육국장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시가 보유하고 있는 대형 스포츠 경기장의 만년 적자 폭을 줄일 수 있는 방법 마련에 수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
전국 스포츠경기장들이 적자운영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 17개 광역자치단체의 1만석 이상 규모 종합경기장은 총 93개다. 종합경기장이 73개, 야구전용 경기장과 축구전용 월드컵경기장이 각각 12개와 8개다.
각각의 명분과 청사진을 가지고 설립됐지만 건립 이후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8~2012년 전국 종합경기장 93곳에서 발생한 운영적자는 총 3761억여원. 누적 적자는 부산시가 246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 523억원, 대구시 388억원, 대전시 163억원, 경상남도 141억 ?순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들 경기장이 대부분 국비와 지방비, 기금 등으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게다가 관리와 보수, 운영 등을 위해 매년 수십억원의 별도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미국계 스포츠 경기장 전문 설계회사 로세티의 정성훈 이사는 “경기장은 경기만 열리는 시설이란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이사는 “한국의 경기장은 경기가 끝나면 적막한 조형물로 전락한다”며 “경기뿐 아니라 스포츠 활동과 사회적 기능에 입각한 지역개발 차원에서 다양한 공간적 변화가 시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도시 외곽에 지은 경기장들이 도시가 팽창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심 안으로 포함된 경우가 많다. 그는 “기존 경기장을 허물고 재개발을 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경기장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개발(Sports Anchored Development:SAD)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중심부에 있는 LA라이브(Live)는 스테이플센터(Staples Center)를 중심으로 컨벤션센터, 극장, 호텔이 함께 어우러진 엔터테인먼트 지구(Entertainment District)다. 미국프로농구(NBA) 레이커스(Lakers)와 클리퍼스(Clippers), NHL 킹스(Kings)가 홈 경기장으로 함께 사용하는 스테이플센터(사진)는 단순히 스포츠 경기장을 넘어서 ‘엔터테인먼트 아레나’다. 이런 상징성만으로도 성공적인 지역개발 모델로 손꼽힌다. 경기장 수익을 지역개발 모델로 확장시킨 결과다.
최근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이 발행한 스포츠산업 이슈페이퍼에 따르면 캐나다 에드먼튼에 있는 NHL 경기장의 경우 지역 기후를 고려한 윈터 가든(Winter Garden)이라는 콘셉트로 경기장과 주변 지역을 큰 실내공간으로 연결해 함께 개발하고 있다.
정 이사는 “초기부터 경기장과 주변 지역 개발을 동시에 계획하면 여러 해에 걸쳐 단계별로 진행하면서 막대한 투자비용을 지방정부와 민간 기업 등이 분담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며 ‘SAD(스포츠에 기반한 지역 개발) 모델’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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