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장비 갖췄어도 DMZ 긴장감 늦출 수 없죠"

입력 2015-06-21 21:01
6·25전쟁 65주년…25년째 강원도 최전방 지키는 심중경 원사

GOP·GP 철책 근무만 10년
"북한 도발 위협 여전히 심각한데…대수롭지 않게 여겨 안타까워"


[ 최승욱 기자 ]
“두 눈으로만 전방 철책을 경계했던 20여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좋아졌습니다.”

강원 철원군에 있는 보병 6사단 용문산 2연대 백호대대 주임원사로 복무 중인 심중경 원사(45)는 지난 19일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시험적용을 마치고 이달부터 실제 적용에 들어간 과학화경계시스템이 대표 사례”라며 이같이 말했다. 근거리 감시레이더와 중거리·근거리 감시카메라, 철책 감시센서 등으로 구성된 과학화경계시스템은 먼거리에서 접근하는 적을 식별해 침투를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심 원사는 전방 근무의 산증인이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육군에서 장학금을 받아 고교를 졸업한 뒤 1990년 2월 용문산연대 15중 대 분대장(하사)으로 부임했다. 25년의 군 간부생활 중 교육기간 28개월을 제외하곤 용문산연대에서만 근무했다. 그중 10년은 일반전초(GOP)와 전방초소(GP)에서 철책을 지켰다. 육군의 부사관은 7만5000여명이지만 GOP·GP 근무경력이 10년이 넘는 부사관은 16명에 불과하다. 심 원사는 2025년 전역 예정이어서 최장기 철책근무 부사관이란 신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심 원사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철책에 병과 돌 끈 순찰패를 끼워 놓고 방향이 바뀌었는지, 바닥에 떨어졌는지를 살펴보며 적의 침투 여부를 확인했다”며 “지금은 야간투시경이 근무병력 수만큼 지급돼 과거보다 위협 요소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6사단은 1966년 전략적 요충지인 강원 철원 축선을 담당한 뒤 단 한 번도 북한군에 뚫린 적이 없다. 1998년 여름 3일간 약 870㎜ 쏟아진 집중호우로 떠내려간 철책 400여m를 2개월 동안 복구하고 겨울철마다 한 달에 열흘가량 무릎까지 쌓이는 눈을 병사들과 함께 치운 심 원사의 헌신도 부대의 경계작전 성공에 한몫했다.

심 원사는 “전문대 주간 위탁교육을 2년간 받는 행운을 누린 뒤 2006년 사단 복지담당관으로 일해보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용문산연대에 복귀했다”며 “행정보다는 철책 근무가 체질에 맞는다”고 웃었다. 고참 상사 시절 수색중대 행정보급관을 맡아 처음으로 GP 근무를 했을 때는 1주일에 3일을 GP에서 병사들과 같이 자며 고충을 파악했다. 2010년 이후 매년 각급 지휘관에게 표창을 받는 등 능력을 인정받은 심 원사는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국재 사단장의 부사관 임무수행능력 제고 지시에 따라 다른 부사관들과 함께 교육훈련과 부대관리를 주도하고 있다.

GOP 남쪽인 전투지역 전단(FEBA)에 있는 백호대대는 몇 달 뒤 GOP 경계작전에 투입된다. 과학화경계시스템 가동을 계기로 경계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간부는 2년간, 병사는 전역할 ㎟沮?고정배치한다. 심 원사는 “지퍼가 달린 전투복, 방탄복. 총기 부착용 개인광학장비가 도입된 것은 큰 변화지만 언제 적이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비무장지대(DMZ) 특유의 긴장감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며 “정전 62주년인 올해에도 계속되는 북한의 군사 도발을 국민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1950년 7월 충북 동락리 전투에서 북괴군 1개 연대를 기습작전으로 물리쳐 6·25전쟁에서 아군 최초의 승리를 거두고 같은 해 10월 가장 먼저 압록강 초산까지 진격, 압록강 물을 이승만 대통령에게 바친 6사단의 빛나는 전통에 누가 되지 않도록 어떤 상황에서도 GOP를 사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철원=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