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조폭 잡는 올림픽 영웅들…"제2 인생 신고합니다"

입력 2015-06-20 09:05
11년 만에 부활한 무도특채

경찰, 강한 공권력 집행 위해
인천AG 유도 금메달 정경미 등 순경으로 50명 뽑아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금메달 임수정 "의미있는 직업…현장 도움될 것"
경찰학교서 34주간 교육받은 후 강력사범부서 등서 활약 예고


[ 윤희은 기자 ] 2008년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임수정 씨(29)에게 지난 11일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가장 가슴 벅찬 날이다. 응시했던 경찰 무도특채에서 최종 합격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임씨는 “17년간 태권도경기장에서만 살다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며 “경찰학교 입소를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말했다.

11년 만에 부활한 무도특채에서 임씨와 함께 합격한 이들은 50명. 종목별로는 태권도가 25명, 유도 15명, 검도가 10명이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전국대회 우승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무도특채는 2004년 시드니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이선희 씨, 세계태권도대회 우승자 윤현정 씨 등 세 명을 합격자로 배출한 뒤 사실상 사라졌다. 하지만 강한 공권력 집행이 필요하다는 경찰 지휘부의 판단으로 부활해 지난 3월부터 서류전형과 면접, 실기를 비롯한 각종 채용절차가 이뤄졌다.

급여는 낮아졌지만 행복도 높아져

19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만난 임씨는 “경찰이라는 직업을 늘 선망했다”며 “내가 지금까지 쌓은 능력도 잘 발휘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선수생활을 하다 2013년 은퇴한 그는 체육대학원을 다니며 진로를 모색했다. 다른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처럼 강단에 서거나 코치생활을 할 수도 있었지만 임씨는 다른 길을 택했다. 그는 “선수시절 월 500만원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수입이 많이 줄겠지만, 의미 있는 직업을 가지는 만큼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유도에서 금메달을 딴 정경미 씨(30) 역시 새로운 도전에 매력을 느껴 경찰을 택했다. 정씨는 “20년 가까이 유도선수로서의 인생만 살다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어 좋다”며 “공무원 특유의 안정성이 있어 직업으로서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만족해했다.

제15회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리스트인 김완수 씨(33)에게 무도특채는 유년시절부터 꾸던 꿈을 이루는 지름길이 됐다. 김씨는 “원래 장래희망이 경찰이었는데 검도선수로 탄탄대로를 걷다 보니 섣불리 진로를 바꾸기 어려워 기회를 잡지 못했다”며 “무도특채를 통해 비로소 꿈을 이뤘다”고 환하게 웃었다.

“아동 성폭행범 잡는 형사로 뛰고 싶어”

무도특채를 준비하는 과정은 이들과 같은 무술 ‘고수’들에게도 쉽지 않았다. 임씨는 태어나서 처음 면접용 정장을 샀다. 선수시절에는 하지 않던 ‘품새’(태권도의 각종 기술을 이어놓은 동작)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배웠다. 정씨도 초심으로 돌아가 유도의 모든 기술과 명칭을 2주에 걸쳐 집중 학습했다. 김씨는 실기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체중을 7㎏이나 감량했다.

정씨와 김씨는 강력계 형사로 활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씨는 “여자지만 실력에 자신이 있는 만큼 강력계 형사로서 활동이 두렵거나 걱정되지 않는다”며 “유도선수로서 쌓은 능력을 범죄 현장에서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강력계 형사 이외의 길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며 “특히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미성년자 성폭행범을 비롯한 각종 아동범죄자들은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씨는 태권도 선수로서 갈고닦은 노하우를 경찰 무술에 접목해 실전에서 더 강한 무도기술로 경찰 전체에 보탬이 되는 것이 목표다. 그는 “태권도선수 출신으로서 경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무도특채 합격자들은 오는 8월15일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해 34주간 기본교육을 받은 뒤 약 1년간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근무한다. 이후에는 조직폭력 검거부서, 강력사범부서 등에 배치돼 전국 각지에서 강력사건을 담당할 예정이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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