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진짜사나이 효과'를 기대한다

입력 2015-06-19 20:57
병영모습 그대로 전하는 예능프로그램
군문화 이해·국방력 강화에 도움됐으면

이붕우 < 상명대 특임교수 >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나라 지키는 영광에 살았다….’

한국 최초의 방송작가로 이름을 날렸던 유호 작가가 쓴 노랫말에 작곡가 이흥렬이 곡을 붙인 군가 ‘진짜사나이’다. 유 작가는 서울수복 직후 군가 ‘전우여 잘 자라’ 노랫말을 지었고, 중공군 개입으로 통일이 좌절된 1·4후퇴 때는 군가 ‘전선야곡’을 지어 군인들의 사기를 드높였다. 군가 ‘진짜사나이’는 전쟁 후 지어진 것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군과 민이 즐겨 부르는 애창군가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진짜사나이’는 군인이나 군대를 다녀온 사람을 일컫는 보통명사가 됐다.

필자가 육군본부 정훈공보실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초 한 방송국에서 군 병영을 무대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 ‘진짜사나이’를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해 왔다. 때마침 육군본부는 국민이 ‘안방에서 육군을 본다’는 홍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그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요즘 방송에서 예능 프로가 대세堅?하지만 군 병영 안에서 방송 카메라가 24시간 돌아가는 리얼 예능 프로를 허용한다는 건 모험이었다. 하면 좋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가 무엇이고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가 걸렸다. 답은 누구도 선뜻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답은 분명했다. ‘안 하거나, 문제가 없도록 하거나.’ 결국 “하자”로 결론이 났다.

어렵게 시작한 ‘진짜사나이’는 기대 이상의 ‘대박’이었다. 굳게 닫혔던 군 병영이 입대 연예인과 병사들을 통해 있는 그대로 공개됐다. 훈련으로 힘들고 고된 모습, 나라를 지키는 강하고 믿음직한 모습, 명령과 복종의 위계질서가 살아있는 병영에서 일어나는 독특한 일상, 자유가 잠시 보류된 젊은이들의 애환과 갈망 등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전달됐다. 그해 4월 처음 방송을 탔고, 곧바로 동시간대 1위로 시청률이 20%에 육박하는 인기 프로가 됐다. 대화가 없던 아버지와 아들이 ‘진짜사나이’를 보며 세대 간 대화를 시작했고, 군에 전혀 관심이 없던 엄마와 딸이 TV 앞에 모여앉아 군대 이야기꽃을 피웠다. 무명의 연예인이 스타덤에 오르고, 여군특집에 출연한 한 여가수의 애교가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필자는 얼마 전 부사관 지원자 면접에서 육군본부위원장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 ‘진짜사나이’를 보고 군인이 되기로 했다는 한 대학생을 만났다. ‘진짜사나이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진짜사나이 효과’는 현재진행형이자 미래형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진짜사나이 키즈(kids)’가 만드는 진짜 ‘진짜사나이’ 군肉?대한 기대가 크다. 그리고 북한군이 몰래 ‘진짜사나이’ 녹화 영상을 돌려본다는 소식이 들려오길 고대한다.

이붕우 < 상명대 특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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