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서울히어로즈
'영웅'과 함께하는 기업 조력자들
3년만에 두 배 이상 늘어
年 100억원 이상 수익 거둬
다양한 팬층 확보 '일석이조'
[ 이선우 기자 ]
2008년 투자회사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서울히어로즈프로야구단’을 창단할 당시 야구계는 물론 팬들조차 기대하기보단 우려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한 해 100억~200억원가량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야구단 운영에 돈줄인 모(母)기업 없이 야구 전문기업을 모델로 표방했기 때문. 스폰서 기업을 유치해 구단을 운영하는 ‘팀 스폰서’ 방식 자체가 생소했던 터라 히어로즈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던 이들조차도 성공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출발부터가 순탄치 않았다. 2008년부터 메인 스폰서를 맡았던 우리담배가 한국야구위원회(KBO) 가입금을 내지 못한 게 시련의 시작이었다.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던 히어로즈는 생존을 위해 장원삼, 이택근, 황재균 등 간판급 선수들을 내보내야 했다.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도 있었다.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리그 탈락 위기에 놓였던 2010년 넥센타이어가 히어로즈의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역전드라마로 불리는 넥센히어로즈의 돌풍이 시작된 것이다.
팀 스폰서 방식…기업들 매년 늘어나
넥센히어로즈의 팀 스폰서 방식은 등급제로 운용된다. 후원 금액에 따라 플래티넘, 골드, 실버, 브론즈, 제너럴 등급으로 나뉜다. 경기장 내 광고판, 유니폼, 헬멧 등에 인쇄되는 광고 위치와 크기가 이 등급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메인 스폰서 넥센타이어의 경우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정확한 금액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간 60억원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추산이다. 아래 단계인 플래티넘은 30억원, 골드는 10억원대 수준이다.
이현봉 넥센타이어 부회장은 “넥센히어로즈의 젊은 패기와 도전정신, 매년 더 강한 팀으로 변모하는 모습이 넥센타이어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난 5년간 프로야구를 통해 넥센타이어가 친숙한 브랜드가 됐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에는 현대해상을 비롯해 약 80여개 기업이 스폰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매년 스폰서 수와 금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 2011년 40여개를 밑돌던 스폰서 기업 수가 지난해엔 80여개사로 두 배가량 늘었다. 이를 통해 올 시즌 넥센히어로즈가 유치한 광고비는 122억4140만원. 방송 중계권료와 KBO로부터 받는 30억~40억원을 포함한 기타수익 64억원을 더할 경우 구단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원을 어느 정도 확보한 셈이다. 구단 관계자는 “홍보효과를 경험한 기존 기업들이 재계약을 맺는 경우도 뭅?rdquo;고 설명했다.
각양각색 기업 참여로 다양한 팬층 확보
넥센히어로즈의 팀 스폰서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산업재 성격이 강한 기계, 건설, 자동차 부품부터 금융, 보험, 교육, 온라인쇼핑몰, 전자, 식음료 등 생활용품까지 망라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야구단을 소유한 대기업 소속 계열사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프로야구 광고시장의 장벽을 허문 결과다.
넥센히어로즈의 유니폼은 물론 홈 구장인 목동구장을 빼곡히 채운 광고스탠드와 대형 현수막은 팬들에게도 익숙한 풍경이 됐다. 일부에서는 타이어(넥센타이어), 보험(현대해상·메트라이프생명), 금융(미래에셋자산운용·새마을금고), 자동차부품(리한), 전자기기(교세라), 교육출판(미래엔), 화장품(잇츠스킨), 스포츠(나이키), 취업정보(알바몬) 등 기업 로고로 구석구석을 채운 유니폼과 모자가 넥센히어로즈가 지역 연고를 뛰어넘어 다양한 직업, 연령대의 팬층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꼽기도 한다.
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