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예술인가
아서 단토 지음 /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48쪽 / 1만6000원
[ 선한결 기자 ]
‘신제품 브릴로 세제 패드. 대형 상품 24개입.’ 바닥에 쌓인 상자 겉면에 찍힌 내용이다. 슈퍼마켓 창고가 아니라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몇 년 전 경매에서 한 점에 30억원이 넘는 가격에 팔린 앤디 워홀의 유명 작품 ‘브릴로 상자’다. 겉보기에는 상품 운반용 상자와 똑같은데 왜 예술작품인 것일까. 일반 가게에서 실제 상품 상자를 쌓아놓아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술평론가이자 철학자인 아서 단토가 쓴《무엇이 예술인가》는 이런 예술의 기준과 의미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예술의 결정적 기준으로 ‘의미와 구현’을 든다.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면서 어떤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워홀의 작품은 실제 상자에 대한 표현을 통해 대중의 삶을 드러낸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예술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는 “겉보기에 아름답거나 실제적이지 않아도 이 두 기준만 충족한다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눈과 코, 입을 기하학적으로 배열해 그린 피카소나 푸른색 피부의 사람들을 그린 마티스, 뚜렷한 형상 없이 물감을 이리저리 흩뿌리는 잭슨 폴록 등을 사례로 든다.
책은 현대예술 외에 고전 회화와 조각 등 예술사 전반을 훑는다. 플라톤부터 칸트와 하이데거까지 여러 시대를 망라하는 철학적 개념을 이용해 예술의 본질을 알아본다. 현대예술 작품을 보며 ‘이것도 예술인가’라고 한번쯤 갸웃거려 본 적 있는 독자들에게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적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는 시도다. 각종 사례와 사진 자료를 함께 실어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편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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