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상 & 관세
인터뷰 / 화우 국제무역통상팀 이끄는 박상기 전 대사
법률서비스 무역적자만 연 7억달러
기업들 도하아젠다 타결 대비해야
[ 김인선 기자 ]
“지난해 법률서비스 분야의 무역수지 적자가 7억달러(약 7800억원)를 넘어섰습니다. 7000억원이 넘는 돈이 외국 로펌으로 빠져나간 것이지요. 법률시장이 실질적으로 개방되는 2017년 이후에는 적자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적자 분야 중 하나가 국제통상 분야예요.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외국 정부에 피소되면 외국 로펌을 썼거든요. 국내 기업에 양질의 국제통상 분야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아가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개선에 일조하고자 합니다.”
박상기 법무법인 화우 고문(63·사진)은 최근 서울 삼성동 화우 사무실에서 만나 화우 국제무역통상팀 출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박 고문은 오랜 기간 해외통상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외교통’이다. 외교부 지역통상국장, 주상하이 총영사, 주제네바 대사 등을 역임했고,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주요 교역 대상국들과의 각종 통상협상에 직접 참여했다. 2013년 화우에 합류해 국제무역통상팀을 이끌고 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 무역환경 변화에 잘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무역기구(WTO) 159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정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2001년부터 진행돼 현재 80% 정도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국가 간 이해가 상충돼 타결이 지연되고 있지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FTA가 체결되면 DDA와 같은 다자간 무역협상이 의미가 없지 않으냐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FTA보다 더 폭넓고 깊은 시장개방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국내 기업들은 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화우가 해외 로펌과 비교해 갖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국내 기업을 대리해 통상 문제를 풀기 위해선 국내 법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정부의 지원이 WTO 협정상의 상계관세 조치 대상 보조금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선 우리나라 법제도를 깊숙이 알아야 해요. 화우의 국제무역통상팀 변호사들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근무하며 FTA 협상에 직접 참여한 인재들입니다. 다른 로펌과는 경쟁할 수 없는 강점이지요.”
주요 성과를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2013년 1월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삼성, LG, 대우 세탁기에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했어요. 한국 정부가 그해 8월 미국 정부를 WTO에 제소했고, 현재 본격적인 재판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과거 한국 정부는 WTO 분쟁에서 주로 미국 로펌에 법률을 자문했어요. 그러나 이번 WTO 한·미 세탁기 분쟁에서는 화우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제외교 통상 무대에서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무엇인지 물었다. “주제네바 대사로 있을 때 DDA협상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당시 5개 핵심그룹이 협상을 진행하다 난항에 부딪히자 2010년 19개 나라로 확대하자고 합의했어요. 그런데 G19에 한국이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주요국인 미국 EU 중국 인도 브라질 대표들을 일일이 찾아가 한국이 꼭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대며 설득했지요. 결국 G20으로 늘어났습니다. 굉장히 보람 있었던 일입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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