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에 결 넣은 '헤어라인'
삼성전자에서도 기술 인정
[ 안재광 기자 ]
삼성전자에 대형 TV 테두리와 스탠드를 납품하는 이제훈 파버나인 사장(사진)은 10여년 전부터 ‘감성 품질’이란 말을 썼다.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확 드는 제품이 아니면 만들지 말자”고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단순히 잘 만드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중국 기업들이 엇비슷한 제품을 헐값에 팔기 시작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표면처리 기술을 쌓는 데 주력했다. 원재료인 알루미늄 가공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표면처리는 상당한 업력과 노하우가 필요해 따라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헤어라인’ 공법이다. 파버나인은 밋밋한 메탈 소재에 머리카락처럼 얇은 결을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메탈의 질감이 확 살아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60인치 이상 대형 TV 제품에 한동안 파버나인에서 만든 프레임과 스탠드만 썼다. 똑같은 부품을 두 곳 이상에서 공급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단독 벤더(공급사)를 택했다. 파버나인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선정한 ‘강소기업’ 9곳 중 하나에 뽑히며 전략적 파트너가 됐다.
이 사장은 “파버나인이란 이름만 들으면 가전제품 외장재 분야에서 최고란 말이 튀어나오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금속을 깎고 구부리고 도금하는 일은 고되고 작업 여건도 좋지 않지만 이런 뿌리산업 쪽에서 오랜 업력이 있는 강소기업이 지금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의 쓰임새를 지금보다 넓히는 것은 이 사장의 숙제다. 대형 TV가 예전보다 적게 팔려 회사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파버나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0% 감소한 850억원에 그쳤다. 이 사장은 “엑스레이, 초음파진단기 등 의료기기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부품을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 중”이라며 “3년 정도는 적자 볼 각오를 하고 의료기기 쪽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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