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치료 위해 분투하는 의료진
부당한 낙인 대신 존경과 격려를…
김선희 < 매일유업 사장 seonheekim@maeil.com >
전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들끓고 있다. 유통업계도 줄어드는 매출을 지켜보면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을 휩쓴 메르스에 직접 감염이 안 됐어도, 누구나 간접적으로 고통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메르스 때문에 고군분투하는 글을 읽었다. 매일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현장에서 환자를 살려내고, 예전과 변함없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글을 쓴 간호사는 종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씻기를 되풀이하며 일하고 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면 어린 자녀와 가족들을 만지기가 두렵다고 했다. 의료진은 전염에 대한 두려움에도 사명감을 가지고 일에 전념하고 있지만, 그 가족들은 부당하게 낙인 찍혀 주변의 차가운 시선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은 30도의 무더위에 숨쉬기도 힘든 무거운 방진복을 입고, 본인과 가족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이지만 환자 곁을 끝까지 지킬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또 그들에게 따뜻한 응 ?한 마디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득 카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우리가 추구하는 ‘열린 사회’는 권위나 전체주의가 아니라 이성과 자유, 인간에 대한 박애와 신념이 존재하는 사회라는 게 이 책의 주제다. 현재 우리 모두의 행동이 집단이기주의나 전체주의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따라가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본다.
최근 따뜻한 한 줄기 희망을 보여주는 기사를 읽었다. ‘메르스 진원지’란 오명을 쓴 경기 평택시에서 평택대 학생들이 메르스 방역에 나섰다는 기사였다. 학생들은 평택역 곳곳에서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손 세정제를 뿌려주면서 가라앉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쓴다는 것이었다. 또 학생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마스크를 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평택대와 시청, 보건소 등에서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지원했다고 한다.
평택대 학생들의 마음처럼 묵묵히 현장에서 메르스와 하루하루 치열하게 전쟁을 치르는 의료진에게 끊임없이 응원하는 따뜻한 사회. 이것이 우리 모두가 원하는 진정한 열린 사회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선희 < 매일유업 사장 seonheekim@mae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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