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올림픽' 우승 이끈 오준호 KAIST 교수 "2013년 9위 쓰라린 고통 없었으면 우승 못해"

입력 2015-06-16 21:14
수정 2015-06-17 05:35
차에서 내리는 기술로 높은 점수
美·日과 대등한 실력 겨뤄 기뻐


[ 임호범 기자 ]
“결코 쉽지 않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우리나라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인 ‘휴보(HUBO) 2’가 미국 일본 유럽의 로봇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발전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합니다.”

‘로봇올림픽’으로 불리는 미국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재난로봇경진대회(DRC)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귀국한 오준호 KAIST 교수는 16일 대전 KAIST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등 로봇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능성을 인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 교수팀이 제작한 휴보는 지난 5~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모나전시장에서 펼쳐진 결선 대회에서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 출전한 24개 팀 가운데 주어진 8개 과제를 가장 빨리 완수했다. DRC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같은 극한의 재난 상황에서 인간을 대신할 재난 수습 로봇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따라 2013년 시작됐다. 우승 상금은 200만달러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회에 참가한 20여명의 연구원이 참?杉? 이들은 2013년 대회에선 9위에 머물렀다. 오 교수는 “당시 쓰라린 경험이 없었다면 이번에 우승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수없이 밤을 새우며 휴보2의 시스템 안정을 위해 노력한 게 결실을 맺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로봇들은 자동차 운전과 하차, 장애물 통과, 계단 오르기 등 총 8가지 미션을 수행했다. KAIST 팀은 자동차 하차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오 교수는 “다들 어려움을 겪은 기술이 (로봇이) 차에서 내리는 것이었다”며 “다른 팀들은 자동차에 발판을 달아 내렸지만 우리는 유일하게 차에서 직접 뛰어내려 현지 언론에서 각광을 받았다”고 전했다.

팀원들을 일사불란하게 이끈 오 교수의 리더십도 또 다른 우승 비결로 꼽혔다. 휴보 2의 시각 쪽을 담당한 권인소 KAIST 교수는 “오 교수가 특수부대원을 훈련하듯 힘든 훈련을 반복해 기술력을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로봇산업을 육성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팀 관계자가 그동안 일본과 경쟁했는데 한국이 추가됐다고 말할 만큼 위상이 높아졌다”며 “기초분야인 로봇은 당장 상업화할 수 없는 분야인 만큼 정부가 장기적 안목으로 계속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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