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요리로만…셰프, 스펙 안보고 뽑아요"

입력 2015-06-16 20:39
롯데호텔, 직무 중심 조리사 채용 현장
9명 경연…"경력 없는데 기회 갖게돼 기뻐"


[ 공태윤 기자 ]
16일 낮 12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볼룸. 이병우 롯데호텔 서울 총주방장은 식탁 위에 있는 음식을 포크로 찍어 맛을 본 뒤 들고 있는 평가표에 연필로 점수를 써내려갔다. 다른 3명의 면접관도 이 총주방장을 따라 음식 맛을 본 뒤 굳은 표정으로 평가표를 작성했다.

롯데호텔이 스펙을 전혀 보지 않고 조리사를 채용하는 ‘스펙태클’ 조리사 채용 공개 오디션 현장의 모습이다. 롯데호텔은 지원자들의 경력을 안 보고 오로지 이름, 이메일, 주소, 연락처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만 기재한 이력서와 요리와 관련한 에세이만으로 서류전형을 했다. 이날 오디션에는 서류전형 합격자 10명 중 9명이 참가해 요리경연을 벌였다. 9명의 예비 조리사들은 흰색 조리복을 입고 오전 10시부터 세 시간 동안 에피타이저(훈제연어)와 메인요리(가자미, 양갈비)를 만들었다.

9명 중 유일한 여성 지원자인 한태희 씨(우송대 외식조리학과 4)는 “학교 동기 4명이 지원했는데 3명이 경쟁자가 됐다”며 “입사 후 모든 사람이 안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김진범 씨(한국관광대 호텔조리 2)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요리에 관심을 가졌고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방과후 요리학원에 다니면서 요리사의 꿈을 키워 왔다”며 “제대로 된 경력도 없는데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최고의 요리사가 될 기회를 얻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은 이날 오전에는 요리 경연, 오후엔 인성면접을 했으며 오는 26일께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공개오디션에는 이 총주방장과 중식부문 상무, 조리팀장, 연회담당 차장이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이 총주방장은 “맛, 비주얼, 상품성 3가지 영역에서 9개 항목을 기준으로 음식을 평가했다”며 “스펙에 대한 편견 없이 요리를 향한 열정만을 보고 조리사를 뽑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올해부터 직무 중심의 스펙초월 채용 ‘스펙태클’을 처음 도입했다. 지난 5일 롯데백화점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14개 계열사가 채용면접을 진행했다. 면접방식도 다양했다. 롯데백화점·대홍기획·롯데카드 등은 프레젠테이션, 롯데정보통신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코딩, 코리아세븐은 상권분석으로 지원자를 평가했다. 롯데관계자는 “다음주께 회사별로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채용 규모는 100명”이라고 밝혔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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