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전문기업 메디톡스
K뷰티 열풍에 수출 230% '껑충'…일본·태국 1위 찍고 유럽 진출
진단기기업체 바디텍메드
피 한 방울로 각종 질병 검사…매출 98% 수출…中에선 1위
포장재기업 케이에스피
글로벌 식음료업체에 공급…美점유율 10%…NASA서 호평
[ 이현동 기자 ]
“수천년간 약초와 침구를 기반으로 자체 의학을 발전시켜온 나라. 가장 뛰어난 학생들이 수십년간 의료계로 진출한 나라. 세계 최고의 제조 기술력을 지닌 나라, 이를 뒷받침해주는 국민들의 뛰어난 손기술. 세계적 제약사들이 빠른 임상시험을 위해 모여드는 나라.”
한국 얘기다. 이 모든 것이 합치면 하나의 산업을 떠올릴 수 있다. 바이오산업이다. 한국은 역사적, 산업적, 국민적 특성만으로도 바이오산업에 적합하다고 얘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2000년대 초반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의 바이오산업은 10여년이 지나 결실을 맺고 있다. 그 결실은 수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산업은 중소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머지않아 바이오산업은 한국의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 태국시장 1위 ‘메디톡스’
보톡스 전문기업인 메디톡스가 대표적인 바이오수출 기업이다. 보톡스는 주름을 펴는 ‘주름 성형’에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60여개국에 4046만달러(약 442억원)어치를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2013년에 비해 229.8% 급증했다. 매출 759억원의 60%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보톡스 시술에 관심을 갖는 아시아 여성들이 늘고, K뷰티 열풍까지 불면서 일본과 태국에서는 시장 1위로 올라섰다.
메디톡스는 2000년 설립됐다. 2006년 국내 처음이자 세계에서 네 번째로 보톡스 원료인 ‘보툴리눔톡신’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국내시장에서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는 독보적인 1위다. 탄탄한 국내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 공략에도 성공했다.
해외 법인을 세워 세계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2월 대만 의료기기업체인 DMT와 합작법인인 ‘메디톡스 타이완’을 설립했다. 향후 중국과 홍콩, 일본 등에도 현지 법인을 설립해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수출시장 다변화도 꾀하고 있다. 현재 수출 물량 대부분은 아시아로 향한다. 반면 세계 보톡스 소비의 80%는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난다. 2조원 규모에 이르는 큰 시장이지만 까다로운 규제 탓에 진출이 쉽지 않았다. 2013년 말 세계 1위 보톡스 회사인 미국 엘러간과 맺은 39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은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엘러간은 액상형 제품에 대한 메디톡스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해 협업을 결정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坍澯쳬窩?준비하고 있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는 “우리가 만든 제품이 엘러간을 통해 판매되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해 ‘글로벌 업체’로 발돋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출의 98%를 수출하는 ‘바디텍메드’
바디텍메드는 체외진단기기와 진단시약을 생산하는 업체다. 1998년 한림대 바이오메디컬학과 교수인 최의열 대표가 제자 두 명과 설립했다. 주요 제품인 아이크로마(i-CHROMA) 시스템은 피 한 방울로 10분 안에 감염성 질환, 심장병, 당뇨병, 전립선암 등 20여개 질병 유무와 진행 정도를 검사할 수 있다.
바디텍메드의 지난해 수출 실적은 매출(307억원)의 98%인 300억원 정도다. 바디텍메드는 2006년 중국에 처음 수출을 시작했다. 5년 후 중국 질병진단 단일시약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2013년에는 일본 업체와 90억원 투자 및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 협약도 맺었다. 수출 지역은 70개국으로 늘어났다.
매출은 2010년 84억원에서 지난해 307억원으로 4년 새 3배가량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률도 14%에서 29%로 높아졌다. 신제품 개발을 위해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작년에는 대장암 진단키트를 개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 허가도 받았다.
NASA에 인정받은 ‘케이에스피’
글로벌 친환경 포장재 기업으로 도약한 곳도 있다. 케이에스피는 레토르트 파우치(내열성 식품포장용 용기) 등 식음료 포장재를 만든다. 지난해 500억원가량 매출 중 65%를 수출로 올렸다. 1973년 방산업체로 출발해 전 村캠??레토르트 파우치와 특수방습포장재 등을 군에 공급한 경험과 기술이 밑바탕이 됐다.
수출에 주목한 것은 ‘위기의 순간’이었다. 조병구 케이에스피 대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식음료를 만드는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포장재 생산을 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며 “199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시작으로 해외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케이에스피는 레토르트 파우치를 네슬레 등 글로벌 식음료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유·아동 식음료용 스파우트 파우치(플라스틱 빨대를 붙여 휴대성을 높인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차세대 우주식품 용기 인증도 받았다.
조 대표는 “독성 물질인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이 들어있지 않은 포장재를 개발하고 있다”며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남미 지역도 적극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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