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의료 공백'에 불안감 확산
삼성서울 이어 대전 건양대병원 등 60~70여곳 달해
응급환자들 '발동동'…복지부는 현황도 파악 못해
[ 이준혁 / 김동현 / 고은이 기자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우려 때문에 임시로 응급실을 전면 또는 부분 폐쇄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응급환자를 받지 못하는 병원이 많아지면서 위급한 환자가 생겼을 때 ‘의료 공백’이 발생할 우려도 제기된다.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옮겨 다니는 ‘난민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 사고에 대한 위기감도 커졌다.
○응급실 문 닫는 병원들
삼성서울병원이 15일부터 응급실을 전면 폐쇄한 가운데 다른 병원들도 응급실을 잇따라 걸어 잠그고 있다. 대전 건양대병원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응급실을 전면 폐쇄했다. 병원 측은 메르스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응급실·중환자실을 차단한다고 밝혔다. 중환자실은 기존 환자만 진료하고 신규 입원은 제한했다.
원자력병원과 보라매병원도 전날 응급실을 임시 폐쇄했다. 서울 원자력병원은 지난 14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한 뒤 곧바로 응급실 문을 닫았다. 원자력병원은 이르면 16일 응급실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서울 보라매병원 역시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응급실에 들른 사실이 확인돼 응급실 폐쇄 결정을 내린 상태다. 두 병원은 보건당국의 지시가 없었지만 방역 강화를 위해 응급실을 폐쇄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응급실을 폐쇄한 병원(중소형 병원 포함)은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강동경희대병원 건국대병원 대전을지대병원 대전건양대병원 대전대청병원 미즈메디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성남중앙병원 부산시의료원 등 60~70여곳에 이른다. 전국 각지의 지역병원 응급실에서 소동이 빚어지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응급실 폐쇄 병원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따로 집계한 것은 없다”고만 설명했다.
○‘의료 난민’ 현실화하나
응급실 폐쇄가 병원 사이에 ‘도미노’처럼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긴급한 수술을 미루거나 안전한 병원으로 가려는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 응급실 환자가 가장 많은 서울아산병원은 이날 하루 평소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100여명의 환자만 응급실을 찾았다. 이 병원의 이식 수술환자 수도 20% 이상 줄었다. 또 하루 평균 80~100건의 수술을 해온 건국대병원의 경우 이날 하루 수술건수가 20건 이내로 급감했다. 메르스로부터 안전한 병원으로 옮기려는 환자들도 애를 먹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역보건소마다 메르스 의심·확진환자가 없는 청정병원이 어디인지 묻는 문의전화가 하루 평균 수십건 늘었다.
한편 전날 병원 부분 폐쇄에 들어간 삼성서울병원은 외래환자를 받지 않으면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풍겼다. 병동 주변에선 마스크를 쓴 의사와 직원들만 간간이 눈에 띌 뿐 거의 환자가 없었다. 병원 입구에서 만난 이모씨(50)는 “림프종 항암치료를 삼성서울병원에서 받았는데, 최근 백혈구 수치가 줄었다고 해서 다른 병원 암센터를 찾았더니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했다고 받아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결국 다시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오는 24일까지 예정된 진료와 수술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이준혁/김동현/고은이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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