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조선업계 줄줄이 노조 선거…임단협 늦어져 기업경영 걸림돌

입력 2015-06-15 20:39
산업 현장 '노조 선거 리스크'

벌써부터 조직간 비방전…근로자들 분열
노사 잠정 합의한 기아차 '8+8 근무제' 발목
한국GM 후보 6명 난립…현안마다 딴소리


[ 강현우 기자 ]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제조업체 노동조합이 올해 동시 다발적으로 노조위원장 선거를 치를 예정이어서 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위원장 선거전 때문에 근로자들이 분열하고 임금·단체협상이 장기화돼 가뜩이나 어려운 회사 경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아자동차에서는 근무체계를 하루 ‘8시간+8시간 근무제’로 전환하기로 노사가 의견 접근을 봤지만, 다른 조직들의 반대로 합의문에 서명하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2년마다 집행부 흔들기

국내 완성차업체 5곳 가운데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 등 4개사 노조가 올해 위원장 선거를 치른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말 새 집행부를 구성했다.

금속노조 산하인 현대차·기아차·한국GM 노조는 2년에 한 번 홀수 해에 위원장을 새로 뽑는다. 현대차 노조에서는 강성 현장조직인 ‘釜淡Т?rsquo;와 ‘들불’이 연합 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는 등 벌써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다. 상대 조직에 대한 비방과 비난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실리 성향인 이경훈 현 노조위원장과 조직(현장노동자)이 2010~2012년에 이어 2014년에 다시 노조를 장악하면서 다른 조직의 견제가 더욱 심해졌다. 현장조직들은 현 집행부가 근로자 간 근로시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회사 측과 투싼·아반떼 등의 생산라인을 다양화하기로 한 합의를 무효화하라고 주장하는 등 현 집행부의 성과 깎아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기아차에서는 위원장 선거 때문에 노조 집행부가 임·단협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김종석 기아차 노조위원장과 현 집행부는 하루에 ‘1조 8시간+2조 9시간’인 현행 근무체계를 ‘8+8시간’으로 한 시간 단축하는 노사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이 올해 위원장 선거에서 현 집행부 조직(민주노동자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한 다른 3~4개 조직이 8+8 근무제 노사 합의장을 봉쇄하는 등 방해 공작을 펴고 있다. 현장조직들은 기아차 노사의 ‘비정규직 485명 정규직 특별채용 합의’도 파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쌍용차, 6년 만에 위원장 교체

한국GM 노조에서는 6개 현장조직이 위원장 후보를 내고 GM 본사의 물량 배정 문제, 부평·군산·창원 공장의 일감 불균형, 통상임금 확대 등 현안에서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종환 현 노조위원장이 속한 ‘전진하는 노동자회’는 정 위원장의 불출마를 결정했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이후 5년 연속 무파업을 달성했다. 독립을 이끈 김규한 노조위원장은 노조와 회사 간 신뢰를 쌓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년씩 두 번 선출된 김 위원장이 올해 출마하지 않을 예정이어서 우려의 목소리가 일부 나오고 있다.

2009년 옥쇄파업을 주도하고 해고된 이후 장외에서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회사 흔들기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09년 무급휴직에 들어갔다가 2013년 복귀한 400여명 가운데 일부는 금속노조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 금속노조 복귀 목소리

조선업계에서도 노조위원장 선거로 현장 근로자들이 분열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정병모 위원장과 강성 현장조직인 ‘민주노조’가 2013년 지도부를 구성한 뒤 지난해 20년 만에 파업에 들어가는 등 노사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2년 만에 돌아온 올해 선거에서는 과거 실리주의 집행부와 현 집행부를 지지하는 여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강성 조합원들은 금속노조에 다시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실리주의 지지 조합원들은 회사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2년에 한 번 돌아오는 위원장 선거 주기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GM을 관할하는 GM인터내셔널의 스테판 자코비 사장은 “2년마다 위원장이 바뀌어 노조와 회사가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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